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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책 제안: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형사처벌을 폐지하자

  • 현황 및 문제점

    이명박 정부 이후 공익을 위한 표현을 억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명예훼손죄가 적용되어 왔다. 외견상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본래적인 기능보다는 국가정책에 대한 비판을 처벌하는 경우가 많아 여론형성을 방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때문에 국제인권기구는 이에 대한 형사처벌을 반대해 왔다.

    공무원 또는 국가의 명예훼손(모욕) 주장

    2008년 4월,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에 대하여 방송한 내용이 큰 논란을 불러와 촛불시위로 이어지자,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해당 프로그램의 PD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였다. 또 불심검문을 받은 시민이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자 경찰이 그를 모욕죄로 체포하는 일도 발생하였다.

    공익적 표현에 대한 명예훼손 주장

    2009년과 2010년에는 상지대의 전 이사장의 복귀와 관련한 학교의 상황을 기사화하였던 기자와 우려를 표명하는 글을 게시한 블로거가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명예훼손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던,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2011년 12월에 유죄가 확정되었다.

    정책제안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폐지한다. 민사책임 또한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에 대한 경우, 혹은 진실한 사실의 표현으로 인한 경우에 대해서는 엄격히 제한한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Ⅰ. 문제제기

    형법학은 절대왕권으로부터 시민이 권력을 획득해가는 과정에서 발전하였고, 필연적으로 국가권력을 제한하였다. 죄형법정주의의 확립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원칙으로 발전하였으며, 적정성의 원칙인 보충성의 원칙과 최소성의 원칙에 의해서 다시 한번 국가권력을 제한한다. 따라서 형법이 국가가 아니라 국민을 통제한다면 그 사회는 여전히 전근대적이다.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치권력은 형식적인 ‘법치주의’와 ‘준법주의’의 이미지로 자신들의 법을 정당한 법으로 포장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마치 법에 복종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법 뒤에 숨어있는 조종자에게 복종하게 된다. 이러한 법은 절대 공평하지 않으며 특정 집단의 이익에 복무할 수밖에 없다. ‘명예에 관한 죄’가 바로 그러한 성격을 가진다.
    외견상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본래의 기능보다는 여론형성을 방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가정책에 대한 비판 또는 위법하거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의견제시 등이 경우에 따라서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Ⅱ. 국제인권기준

    1. 국제인권규범

    세계인권선언 제19조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는 표현의 자유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 1.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 2.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 3. 이 조 제2항에 규정된 권리의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그러한 권리의 행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고 또한 다음 사항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 (a)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 (b)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위 규약 제19조에 대해서 자유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가 일반논평 34를 발표했다. 자유권위원회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8조에 따라 1976년에 설치되었고, 자유권규약을 비준한 국가가 규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가의 이행의무를 실현하는지를 감시한다. 또한, 일반논평(General Comments)을 통해 자유권규약에 대한 표준적인 해석을 제공한다.

    ‘일반논평 34’는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완전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고, 어느 사회에서나 필수적이라고 한다(2문단). 그리고 의견을 가졌다는 것을 범죄화하는 것은 규약 제19조 제1항에 부합하지 않고, 개인이 가지는 의견을 이유로 한, 체포·구속·재판·수감 등 개인에 대한 괴롭힘, 협박, 낙인화는 제19조 제1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9문단). 뿐만 아니라 어떤 의견을 가지거나 가지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모든 형태의 시도도 금지한다(10문단).
    의견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서 규약 제19조 제2항은 당사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에는 정치적 담론, 개인적인 사안이나 공적 사안에 대한 논평, 선거운동, 인권에 대한 토론, 저널리즘, 문화적 및 예술적 표현, 강의, 종교적 담론을 포함한다(11문단).일반논평 34는 특히 공공의 또는 정치적 쟁점에 대한 정보와 사상을 시민, 후보자, 선출된 대표자 사이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필수적이고, 이것은 자유로운 언론 및 기타 매체가 공공의 쟁점에 대해 검열이나 제지없이 논평하고 여론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13문단).

    한편 일반논평 34는 일반논평 25를 언급하면서 선거 및 투표와 관련한 공적 사안에 대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다시 강조하였다. 시민, 후보자, 선출된 대표자 사이에서 공적, 정치적 쟁점들에 관한 정보와 사상이 자유롭게 소통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유로운 언론 및 기타 매체가 검열이나 제한없이 공공 쟁점에 대해 논평할 수 있고 공적 의견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20문단). 공적 사안에 대한 표현의 자유의 보장은 공인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공인 역시 규약의 규정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표현 형태가 공인을 모욕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화되기에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더욱이, 국가나 정부의 수장과 같은 최고의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공인들은 비판과 정치적 반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불경죄(토고의 les majeste)나 반항죄(도미니카공화국의 desacato), 권위에 대한 모욕(온두라스), 국기나 상징에 대한 모욕, 국가 원수에 대한 명예훼손(잠비아) 그리고 공무원의 명예보호(코스타리카)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 우려를 표현했다. 그리고 당사국은 군대나 행정부 등과 같은, 기관에 대한 비판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도 하였다(38문단).

    결론적으로 규약은 명예훼손죄에는 진실증명과 같은 면책요건들을 두어야 하고, 그 성질상 증명이 불가능한 표현 형태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적어도 공인에 대한 논평에 대해서는, 실수로 공개되었으나 악의는 없었던 허위 발언을 처벌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불법화하지 않을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감금을 동반하는 명예훼손죄와 그에 의한 기소 등의 재판 진행은 표현의 자유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축효과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를 제안하였다(47문단).

    유럽의회 회의도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초석임을 주장하고 진정한 표현의 자유가 없으면 진정한 민주주의도 없다고 보고 있다. 명예훼손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적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명예훼손에 대한 자유형은 즉각적으로 폐지할 것과 형사절차에서 오용되어서는 안 될 것을 권고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입법으로 명예훼손(defamation)의 개념을 더욱 정확히 규정해서 그 법의 적용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피하고 비방으로 침해된 개인의 존엄에 대해서는 민법(civil law)이 더 효과적인 보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2. 국제기구의 한국에 대한 권고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인 프랑크 라 뤼는 2010년 5월 한국을 방문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실태조사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2011년 3월에 실태조사의 결과를 “의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에 대한 특별보고관 보고서(A/HRC/17/27/Add.2)”로 발표하였다. 본 보고서는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제한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는데, 특히 명예훼손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표현의 자유 제한에 우려를 표명하였다.

    우선 특별보고관은 다수의 명예훼손죄 소송이 진실이면서 공익을 위한 표현에 대해서도 제기되고,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 상황을 비판하면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허위이면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켜야만 하고, 다른 개인의 명예에 악의로 피해를 야기시켜야만 한다고 다시 강조하였다(27문단).

    이어서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이 범죄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가혹하고 표현의 자유권에 대한 불균형적인 위축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러한 형사상 제재는 정당성이 없으므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28문단).또한, 공무원과 공공기관들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왜냐하면, 공무원에 대해서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견제와 균형의 일환으로서 공적 감시가 수반되기 때문이다(89문단).

    프랑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한국보고서(A/HRC/17/27/Add.2, 2011.3.21.)

    25. 특별보고관은 다수의 명예훼손 형사소송이 진실이고 공익을 위한 표현에 대해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문화방송(MBC)의 시사 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의 연출자 4명과 작가 1명의 경우가 그러하다. (후략)
    27. 특별보고관은 어떠한 진술이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허위여야 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켜야 하고, 다른 개인의 명예에 악의로 피해를 야기시켜야만 한다고 재강조한다. 더욱이 국가, the State(연방국가에서) 또는 그 상징물을 비판하거나 모욕하는 것으로는 그 누구도 처벌될 수 없다. 왜냐하면 국제인권법에 의하면 권리와 명예의 보호는 추상적인 국가가 아니라 개인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다음의 원칙들이 준수되어야만 한다:(a) 공직자들은 일반 시민들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비판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b) 공공의 이익과 연관된 출판물에 내용상 진실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 (c) 의견에 대해서는 명백히 비합리적 견해를 표현하는 것만이 명예훼손으로 간주된다; (d) 모든 요소의 입증 책임은 피고보다는 명예훼손을 당한 원고에 있다; (e) 명예훼손 소송에서, 구제의 범위에 사죄와/또는 정정을 포함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형사 제재, 특히 감금은 절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28. 명예훼손이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형사상 범죄로 남아 있어 본질적으로 가혹한 조치이며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부당하게 위축시키는 효과를 야기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개인은 체포, 재판 전 구속, 고비용의 형사 재판, 벌금부과, 투옥, 전과자 낙인의 위협을 늘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특히 민법에 명시되어 있는 개인의 명예에 대한 손상을 시정하는 데 있어 비형사적 제재(non-criminal sanctions)의 적정성에 비추어 볼 때 형사상 제재는 정당성이 없다. 따라서,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 정부가 형법에서 명예훼손죄를 삭제할 것을 권고한다.
    30. (전략) 그러나,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에서 평화적인 의견 표현 또는 정보 배포가 명예훼손 또는 모욕으로 간주되면 국내법에 의한 범죄에 해당하여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41. 특별보고관은 정보통신망법이 인터넷 정보의 통제 책임을, 특정 게시물 또는 정보가 현행 사생활 보호 및 명예훼손 관련법과 기타 관련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가 아니라 중개업체, 즉 민간업체에게 일임하고 있음에 우려한다. 또한, 중개업체에 온라인 컨텐츠를 규제할 수 있는 과도한 권한이 주어진 점은 우려의 대상이며, 이는 특히 동법 제44조의2 제6항에 서술된 중개업체들의 책임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데 연유한다. 따라서 비록 동법 제44조의2 제5항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에 관한 내용·절차 등을 미리 약관에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중개업체들이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정보를 삭제하거나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안전을 이유로 과오를 범하는 결과를 더욱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46. 이와 관련하여 특별보고관의 관심을 끈 또 다른 사건은, 일부 기업이 사용하는 시멘트에 발암물질이 포함된 전자폐기물이 들어있다고 폭로한 최병성씨의 인터넷 글들을 삭제하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권고한 것이다. 최병성씨의 글로 인해 국회에서 이 주제에 관해 심사하고 국정감사를 요구 및 실시하여 결과적으로 안전기준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의 글이 시멘트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명예훼손 관련법에 대한 특별보고관의 우려는 앞장에서 이미 논한 바 있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명예훼손이라는 구실로 공익 정보에 대한 차단이나 삭제 권고를 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투명성, 책임성, 정밀성이 미흡하다는 점은 심히 우려할 만한 점이다.

    권고

    88. 공무원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여, 공개적이고 솔직하며 다양한 의견의 표현을 보장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특별보고관은 다음의 사항을 권고한다.
    89. 명예훼손이 민법에서 금지되고 있음에 비추어, 대한민국정부는 국제적 동향에 맞추어 형사상 명예훼손죄를 형법에서 삭제하여야 한다. 특별보고관은 공무원과 공공기관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직은 견제와 균형의 일환으로서의 대중에 의한 감시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히 공무원, 공공기관 및 기타 유력 인사들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여 비판적 의견을 수용하는 문화를 조성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게 촉구하며, 이러한 문화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다.

    Ⅲ. 인권상황평가: 실태와 문제점

    1. 명예훼손죄 적용 사례

    가. 공무원 또는 국가의 명예훼손(모욕죄) 주장

    2008년 4월 MBC PD수첩은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방송을 하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에 대한 방송이었는데,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해당 프로그램의 PD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였다.

    2010년에는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인 홍성태 교수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홍성태 교수는 2009년 9월에 인터넷언론에 기고한 “이명박부터 정운찬까지…‘신의 아들’이 지배하는 나라”라는 칼럼에서 고위공직자의 병역면제 관련 표를 게재하였는데, 그 표가 허위였다. 해당 표는 당시 인터넷에서 널리 유포되었던 것이었는데, 해당 언론사는 표가 허위임을 알고서 약 5시간 후에 삭제하였다. 문제는 해당 사건이 있은 지, 4개월 만에 형사고소가 있었다는 점이다.

    형사재판은 아니지만, 2010년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을 비판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서 정부는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많지는 않지만, 모욕죄를 적용한 사례도 있다. 행인이 경찰관의 불심검문을 받아 운전면허증을 내준 후 경찰관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였는데, 경찰관이 그 행인을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고지하고 체포하려고 하였다. 이에 행인이 반항하면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하자 경찰관은 오히려 공무집행방해로 기소하였다.

    나. 기업(주)의 명예훼손 주장

    2009년 4월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다음 블로그에 ‘국내산 시멘트가 제조 과정에서 폐기물이 사용돼 발암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국시멘트협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이의신청하였고, 검찰에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다. 학교법인(이사장)의 명예훼손 주장

    2009년 10월에 상지대의 전 이사장의 복귀와 관련한 학교의 상황을 기사화한 기자에 대해서 전이사장은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하였다.
    2010년 7월 상지대와 관련하여 구재단이 복귀하면 사학비리가 다시 발생하고, 학교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게시한 블로거가 해당 구재단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했다.

    라.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명예훼손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던,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2011년 12월 유죄확정 되었다. 이 때문에 정봉주는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었다.

    2. 명예에 대한 죄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수 있는 법리

    가. 공공질서유지의 허위의식: 개인적 명예가 국가적 명예로의 변질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사회적이거나 국가적 범죄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 범죄이다. 보호법익을 외적 명예로 이해하든, 명예감정으로 이해하든 마찬가지이며, 모욕죄 역시 동일하다. 그 침해에 대한 정도가 심하지 않으며 일상다반사다.

    자연인 이외에 법인이 명예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개인을 초월하는 일정한 단체의 명예주체성을 입법이 아닌 도그마틱적 해석에 의해서 인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견해가 있다.

    반면에 다수 견해는 법인이나 법인격 없는 단체, 집합명칭에 대해서 명예의 주체성을 인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다수견해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갈등이 추상적 집단의 갈등으로 이전되거나 동일시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명예라는 것이 사회질서 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왜곡되어 인식되는 것이다. 집단 또는 법인은 사회공동체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명예훼손이나 모욕 때문에 그러한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게 되면, 그 결과 사회질서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종의 허위의식이다.

    허위의식 때문에 개인의 인격성은 확장되어서 어느 순간 사회로 넘어가고, 그 사회는 곧 국가 또는 ‘국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로써 명예에 관한 범죄는 공적 처벌이 필요한 영역으로 규율되는 것인데, 이것이 매카시즘 등과 결합하는 경우에는 민주주의의 제원리를 벗어나서 국가주의와 맞닿게 된다.
    그 결과 한국 정부는 국가 자체를 보호대상인 명예의 주체로 설정하는 어처구니없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나. 준법주의의 이데올로기: 부정의한 법의 은폐

    법이 실질적으로 정당하지 않게 되면, 법은 단지 약자와 강자를 동등하게 구속해야 한다는 형식적인 ‘법의 지배’로 나타난다. 약자와 강자의 질적 차이를 무시하고, 모두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것은 결국 보호의 틀을 달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몸뚱어리 외에 다른 사회적 해결 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약자와 모든 사회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강자는 그 자체 이미 동등한 주체가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강자들은 법 집행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그렇지 못한 일반 시민은 법 수범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한국의 명예훼손죄는 진실한 사실의 적시도 처벌한다. 수범자들은 진실한 사실의 적시가 왜 처벌되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권리는 없다. 오직 진실한 사실의 적시도 법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복종해야 할 의무만 존재한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준법의식은 그 법의 본질을 가리는 역할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행위규범으로 통제의 역할도 수행한다.

    다. 사전 자기검열의 기능: 형사·민사 책임의 두려움

    명예훼손죄는 허위의 사실뿐만 아니라 진실한 사실까지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표현 행위가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적 행위에 포섭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풍자나 비평, 패러디뿐만 아니라 기사와 논평 또는 사설마저도 명예훼손죄(또는 모욕죄)의 구성요건 해당성 심사의 대상이다.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도, 그 표현이 추상적인 경멸의 표현이라면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선거나 특정 정치적 사안이 이슈화되었을 때마다 정부와 정치인들의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처벌 위협은 국민에게 ‘사전 자기검열’로 다가설 수밖에 없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위축효과’ 이용의 한 예이다.

    Ⅳ. 개선방안: 정책과제

    1.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폐지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불평등성

    지금까지 명예에 관한 죄가 시민의 명예를 보호하였다는 점을 백번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공적 관심사’의 대상이 된 인물들이 명예에 관한 죄의 이익을 온전히 누렸다고 생각한다. 시민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명예만을 보호받지만, 공인 등은 그들의 지위도 보장받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시민은 회복할 명예의 가치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을 활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못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한 지위에 있는 자들은 그 활용을 주저하지 않는다.

    나.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 의한 자기검열의 강화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고소되면 개인은 수사, 기소, 재판으로 이어지는 형사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소환하여 수사하게 되는데, 소환되는 것 자체로 일반 시민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뿐만 아니라 온갖 망상에 빠져든다. 더구나 구속까지 된다면 그 상태는 더욱더 심각해진다. 이 과정에서 받게 되는 국가 형벌권에 대한 두려움과 수사기관이 주는 위압감은 평범한 시민에게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대항의지는 상실되고 위기의 모면만이 현안일 뿐이다.

    수많은 논란을 거쳐서라도 위법성이 없어진다면, 그것은 형벌의 부과를 피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명예훼손죄에 의해서 수사되는 것 자체가 일반 국민에게는 크나큰 시련이다. 더욱이 제310조의 특별위법성 조각사유는 수사기관에서는 주장하기가 매우 어려워 대부분은 법원에서 주장될 뿐이다. 변호사의 조력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일반 국민이 수사에서부터 제310조에 의해 무죄가 될 때까지 겪게 되는 고초는 형벌 이상의 고통이다.

    이러한 고통은 모욕죄의 경우에 더욱 심할 수 있다. 단순히 경멸적이고 모멸적인 표현 또는 정상적인 표현—이러한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아주 쉽게 그리고 빈번하게 이루어진다—에 대해서 모욕죄로 고소되면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루어진다. 명예훼손죄는 사실의 적시라는 구성요건을 한정하는 요소라도 있지만, 모욕죄는 그렇지 않다. 아주 추상적인 표현이라도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는 특별위법성 조각사유라도 있지만, 모욕죄는 그러한 것을 주장할 수도 없어서 더욱 불리한 수사절차와 재판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의사나 사상적 표현이 아니라, 단순히 해학을 동반하는 감정적 표현 때문에도 사법기관으로부터 겪는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자기검열의 강화로 나아간다.

    다. 다른 규범에 의한 명예보호의 가능성

    사회에서 많은 국민은 주위 사람들과 언쟁을 하고 대립하다가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공동체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지만, 그들이 국가 형벌권의 힘을 빌려서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공동체의 도덕과 윤리에 의한 규제와 화해의 작동원리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법질서 속에서, 형법이 보호하려는 법익을 다른 규범으로도 보호할 수 있다면 형법은 그 규범에 자신의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약자인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필요하다는 논의도 가능하다. 하지만 소수자들이 사회 속에서 침해받는 것은 명예가 아니라 그들의 존엄성이다. 그것은 명예에 대한 침해보다도 더욱 큰 법익 침해이기 때문에 다른 범죄를 구성한다고 봐야 한다. 독일이 자신의 사상·인종·소수자 등의 차별을 바탕으로 한 대량학살을 반성하기 위해서 그러한 발언을 집단혐오죄와 유태인학살부인죄로 규제하고 있음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영국도 인종적 혐오를 선동한 경우에 형벌을 부과하는 공공질서법이 있다.

    라.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폐지의 역사적 흐름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17개 주만이 문서에 의한 명예훼손죄 규정이 있다. 다른 주들은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였거나 사문화하였다. 뉴질랜드는 1992년에, 아프리카의 가나는 2001년도에, 스리랑카는 2002년에, 멕시코 연방상원은 2007년도에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였고, 2004년 이후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키프로스, 에스토니아, 그루지야, 몰도바, 우크라이나가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였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루마니아, 세르비아는 명예훼손죄의 형벌에서 자유형을 폐지하였다.

    프랑스도 명예훼손죄가 형법에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벌금형만 규정되어 있다. 카자흐스탄도 2014년까지 명예훼손죄를 폐지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일반인에게 모욕죄를 적용하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뿐이다. 미국엔 모욕죄 자체가 없다. 독일도 모욕죄에 대한 유죄판결이 1960년대 이후 중단되었고, 일본은 모욕죄의 법정형이 구류 또는 과료에 불과하다(일본 형법 제231조).
    형사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다.

    2. 명예훼손에 대한 민사책임의 축소

    형사상의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민사적 책임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리고 민사적 책임 추궁의 가능성만으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는 여전히 크다. 따라서 형사상의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민사적 책임의 인정과 관련해서도 최소한 다음과 같은 명시적 제한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사상 명예훼손의 피해자, 즉 명예훼손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다.

    둘째, 진실한 사실의 표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진실한 사실에 대해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따라서 위법성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전체 법질서의 통일성이라는 입장에서 살펴보더라도 형사적 책임을 민사적 책임으로 대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셋째, 공무원은 그 소속기관이나 자신의 직무에 관한 표현에 대해서는, ‘표현자가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 또는 일정한 주의의무를 기울이면 허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가 아닌 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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