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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책 제안: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 - 막걸리 보안법을 폐지하자

  • 현황 및 문제점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확대되었다.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는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에 따라 1991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으로써 그 남용을 억제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 침해로 악명을 높여 왔다.

    국가보안법 사건의 양적 증가

    그 동안 감소되어 왔던 국가보안법 입건자수가 이명박 정부 들어 증가했다. 사이버 공간상에서 친북 활동을 하다 사법처리된 사례도 3년 새 16배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접속 차단 조치된 사이트의 수 역시 2008년 2건에서 2011년에는 7월까지 139건으로 증가했다.

    인터넷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규제

    특히 인터넷에 국가보안법 제7조, 즉 찬양고무죄를 적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2008년에는 국가보안법 사건 중 33%였던 찬양고무죄 사건이 2011년에는 7월에는 85%에 달했다. 대부분 온라인상에 친북게시글을 게재하거나 퍼나른 행위를 문제삼았다. 북한 계정의 글을 리트윗하거나 농담 삼아 “김정일장군만세”라고 게시했다는 혐의로 트위터 사용자 박정근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건은 국내외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정책제안

    국제인권기구의 권고와 헌법의 정신에 따라,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한다.

    국가보안법

    Ⅰ. 문제제기

    국가보안법은 남북 분단 이후 ‘국가의 안보’라는 미명하에 국민의 표현의 자유, 사상·양심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를 위한 법으로 자리 잡으며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해온 대표적인 악법이다.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법률일 뿐만 아니라, 유엔 인권기구가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조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그 폐지를 권고해온 법률이기도 하다.
    수십 년간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 냉전체제의 산물이자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군림해 왔던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문제 제기가 이루어져 왔고 일정한 정치적, 사회적 변화에 의해 2004년 국회에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또한, 민주주의의 진전에 따라 국가보안법의 남용은 억제되었고, 국가보안법이 북한관련 문제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경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국가보안법 사건 수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고, 인권의 시계도 거꾸로 흐르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부활하였다.

    Ⅱ. 국제인권기준

    1. 국제인권규범

    세계인권선언 제19조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1.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2.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3. 이 조 제2항에 규정된 권리의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그러한 권리의 행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고 또한 다음 사항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a)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b)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국제인권규범 중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의 의견과 표현의 자유 및 그 제한과 관련하여, 유엔 자유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가 채택한 일반논평 34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하고 있다.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어느 사회에서나 필수적이다. 이는 모든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위한 초석이 된다. 표현의 자유를 통해 의견의 교환과 발전이 이루어지며, 이 두 자유는 밀접하게 연관된다(2문단).
    어떤 의견을 가지거나 가지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어떠한 형태의 시도도 금지된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자유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한다(10문단).
    제2항에서는 모든 형태의 표현과 그 전파 수단을 보호한다. 이러한 형태에는 말, 글, 수화와, 이미지나 예술작품 같은 비언어적인 표현이 포함된다. 표현의 수단에는 책, 신문, 팸플릿, 포스터, 현수막, 옷, 법률서류가 포함된다. 여기에는 모든 형태의 시청각 방식과 전자적 혹은 인터넷 기반 표현 방식이 포함된다(12문단).
    제3항에서는 표현의 자유권을 행사할 때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고 명시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권리에 대한 제한이 허용되는 영역 중의 하나가 국가안보와 관련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당사국이 표현의 자유 행사에 제한을 가할 때, 이러한 제한이 권리 그 자체를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권리와 제한 사이, 그리고 규범과 예외 사이의 관계가 뒤바뀌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상기한다. 또 규약 제5조 제1항에서, “이 규약의 어떠한 규정도 국가, 집단 또는 개인이 이 규약에서 인정되는 권리 및 자유를 파괴하거나 또는 이 규약에서 규정된 제한의 범위를 넘어 제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에 관여하거나 또는 그러한 행위를 할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고 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21문단).
    제3항에서는 구체적인 조건들을 기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건하에서만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즉, 이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어야 하고, 제3항의 세부항목 (a)와 (b)에 기술된 사유 중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행해져야 하고, 필요성과 비례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만족하여야 한다. 오직 정해진 목적을 위해서만 제한이 적용되어야 하고, 제한을 해야 할 근거가 되는 그 특정 요구에 직접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22문단).
    당사국은 표현의 자유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침묵하게 하려는 목적을 가진 공격들로부터 보호를 제공하는 효과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제3항이 다당제 민주주의나, 민주주의적 원칙, 인권에 대한 옹호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정당화로서 사용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더구나, 의견이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자의적 체포, 고문, 생명에의 위협과 살해와 같은 형태 등으로 개인을 공격하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19조와 부합하지 않는다(23문단).
    제3항에서 의미하는 “법”이라고 특징지어지는 규범은, 충분히 정확하게 만들어져서 개인이 그에 따라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야 하고, 또 대중이 접근할 수 있게 마련되어야 한다. 법이 법을 집행하는 책임자에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무제한의 재량을 부여해서는 안된다. 법을 집행하는 책임자들이 어떤 종류의 표현은 적절히 제한될 수 있고 어떤 종류는 그렇지 않은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법에서 충분한 지침이 제공되어야 한다(25문단).
    제19조 제2항에 열거된 권리들을 제한하는 법들은 규약의 제19조 제3항의 엄격한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이 규약의 규정, 목적, 목표과 부합하여야 한다. 법은 규약의 차별금지조항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26문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어떠한 제한에서도, 그 제한의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책임은 당사국에게 있다. 만일 위원회가 특정 당사국에 대해 특정 제한이 법률에 의한 것인지를 검토해야 하는 경우, 당사국은 해당 법과 그 법의 범위 안에 속하는 행위들에 대하여 상세하게 제시해야 한다(27문단).
    당사국은 반역법과 국가 안보와 관련있는 유사한 조항들이, 공무비밀법이나 선동방지법 기타 어떤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든 간에, 제3항의 엄격한 요구사항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작성되고 적용되도록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이러한 법을 적용하려는 목적이 국가 안보를 해치지 않는 정당한 공익에 대한 정보를 억압하거나 이러한 정보를 일반 대중으로부터 차단하는 것이라면, 또는 그러한 정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언론인, 연구자, 환경활동가, 인권활동가, 기타의 사람들을 기소하려는데 있다면, 이는 제3항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그러한 법의 항목에 상업 부문, 은행, 과학적 진보 관련 정보와 같은 부류의 정보를 포함하는 것도 일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한 사건에서 위원회는, 전국적 파업을 소집하는 등 노동쟁의를 지지하는 성명서 발표를 제한한 것이 국가안보라는 사유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30문단).
    당사국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정당한 사유를 적용할 때에는, 반드시 그 위협의 정확한 성질과 취해지는 특정한 조치의 필요성과 비례성을 구체적이고 개별화된 방식으로 제시해야 하며, 특히 그 표현과 위협 사이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관계를 제시해야 한다(35문단).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정황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한 평가는, 위원회가 맡도록 했다. 이런 측면에서 위원회는 이 자유의 범위가 어떤 “판단 여지(margin of appreciation)”를 참조함으로써 평가되어서는 안 되며, 위원회가 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3항에 나열된 사유 중 어떤 위협 때문에 주어진 사건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었는지에 대하여 당사국이 그 위협의 정확한 성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는 점을 상기한다(36문단).
    정부에 대해, 또는 정부가 채택한 정치사회체제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언론매체, 출판인 또는 언론인을 처벌하는 것은 결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필요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42문단).
    정부에 대해, 또는 정부가 채택한 정치사회체제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사이트나 정보배급체계가 자료를 발간하지 못하게 금하는 것 역시 제3항에 부합하지 않는다(43문단).

    한편 ‘국가안보와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에 관한 요하네스버그 원칙’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는 표현과 정보의 자유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정부가 그 규제가 실정법에 명문화되어 있고 민주사회에서 정당한 국가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과해질 수 없다. 규제의 유효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위와 같은 국제인권규범과 일반논평에 비추어볼 때, 국가보안법은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 요하네스버그 원칙 등에 위배된다.

    2. 국제기구의 한국에 대한 권고

    유엔 자유권위원회 등 국제인권기구들은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해 왔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1992년 9월 한국정부에 대해 국가보안법의 점진적 폐지를 권고했다(CCPR/C/79/Add.6, 1992.9.25.). 1995년 6월 한국을 직접 방문해 표현의 자유 보장 상태를 조사했던 아비드 후사인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정부가 형법만으로도 충분히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처할 수 있다면서, 국제인권규약에 따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가안보를 위한 다른 합법적 수단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E/CN.4/1996/39/Add.1, 1995.11.21.). 자유권위원회는 1999년 한국정부 인권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
    (CCPR/C/79/Add.114, 1999.11.1.)를 통하여 다시 한번 국가보안법의 단계적 폐지를 권고하였다.
    특이한 점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위원회(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에서도 최종견해(E/C.12/1/Add.59, 2001.5.21.)를 통하여, 국가보안법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의 향유에 계속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새 심리(fortress mentality)’의 만연을 강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지식인과 예술인의 활동을 제약한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보안법이 단순히 시민적·정치적 권리뿐만 아니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06년 자유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의 최종견해(CCPR/C/KOR/CO/3/CRP.1, 2006.10.31.)에서는 국가보안법 제7조의 적용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고, 2008년 UPR 한국정부 보고서(A/HRC/8/40, 2008.5.29.)에서 국가보안법을 단계적으로 또는 즉각 폐지할 것을 계속해서 권고했다.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 뤼의 대한민국 보고서(A/HRC/17/27/Add.2, 2011.3.21.)에는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가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자유권위원회 최종견해 1차(CCPR/C/79/Add.6, 1992.9.25.)

    6. 위원회의 주된 우려는 국가보안법의 지속적 작동과 관련되어 있다. 한국이 인정하는 특수한 상황이 국가의 공공질서에 일정한 함의를 갖지만, 그러한 영향이 과장되어서는 안된다. 위원회는 통상적인 법률과 특히 구체적으로 적용가능한 형사법률들이 국가안보에 대한 범죄를 다루기에 충분하다고 믿는다. 나아가, 국가보안법이 제기하는 일정한 쟁점들은 다소 모호한 용어들로 정의되어 있어서, 국가안보에 진정으로 위험하지 않을 수 있는 행위들을 제재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광범위한 해석과 규약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 대응들을 허용하게 된다.
    9. 지난 수년간에 걸쳐 당사국에서 이루어진 인권존중과 관련한 긍정적 발전을 고려하면서, 위원회는 당사국이 그 입법을 규약의 규정들과 보다 부합하도록 하려는 노력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다. 그 목적을 위하여, 위원회가 규약에 체화된 권리들의 완전한 실현에 주요한 장애가 된다고 보는 국가보안법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phase out) 위하여, 그리고 동시에 일정한 기본적 권리들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진지한 노력이 취해져야 한다.

    아비드 후사인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한국보고서 (E/CN.4/1996/39/Add.1, 1995.11.21.)

    12. 특별보고관은 특정인의 의사표현의 자유의 권리의 행사와 대한민국 국가보안법의 보호와 관련하여 제기되어 왔던 수많은 논쟁들에 대하여 보고를 받았다.
    13. 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이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자에 대하여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14. 보도에 따르면, 특별보고관이 방문한 시기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체포의 위기에 있거나 이미 체포되었고, 국가보안법, 그중에서도 특히 7조에 의해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가보안법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피고인들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었던 많은 소송들이 특별보고관의 관심을 끌었다. 이 소송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 의한 유죄 판결을 포함하고 있다: 대한민국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북한을 방문한 경우, 북한의 공무원이나 시민과 접촉하거나 대화를 하고 이 사람들에게 일반적인 성격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 경우, 일반적으로 사회주의적인 시각을 표현한 경우, 북한과 관련하여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경우.
    15. 특별보고관은 국제인권법 하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경우에만 제한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그가 인권이사회에 제출했던 2번째 보고서 중 48번째부터 51번째 단락까지의 내용을 언급하였다.
    16. 특별보고관은 오직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개인의 표현의 자유의 행사가 국가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위협이란 적어도 그 사람이 직접적으로 국가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을 만한 행동, 특히 폭력의 사용을 선전하거나 선동하는 등의 행위를 야기할 능력과 의도가 있었음이 입증된 경우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국가의 안보를 위험하게 할지도 모른다거나 할 수도 있다는 근거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처벌할 수는 없다. 앞으로 어떠한 결과가 따를 것인지, 어째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 국가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인지를 입증해야 할 책임은 국가에게 있다.
    17. 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주요 개념의 범위와 의미가 명확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에 주시하였다. “반국가단체의 행위를 찬양·고무·선전”한다는 표현과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이적, 利敵) 자료”라는 표현이 이에 포함된다. 그는 법정에서 국가보안법을 해석함에 있어서, 공공연하게 이용이 가능한 일반적·학문적인 성격의 자료를 소유한 것이나, 국가정책 등의 공적인 사안에 대한 생각, 신념이나 의견을 표현한 것이 유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그는 공공연하게 통용되고 있는 자료나 의견이,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은 어떤 방법으로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제재를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였다. 그는 또한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소송에서 적용되는 증거규칙이, 기소된 혐의에 대한 피고인의 의도와 명백한 인식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국가보안법 제7조에는 실제로 “적을 이롭게 하는”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역시 우려 섞인 목소리로 언급하였다. 특별보고관은 공공연히 통용되는 자료를 소유하기만 했던 사람들을 포함하여, 그들의 행동이 적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가정 하에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람들에 대해 주목하였다.
    19. 또한 특별보고관은 국가안전기획부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건을 조사할 때 갖는 재량의 범위가 넓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였고, 그 자의적인 행사에 대해 걱정하였다. 특별보고관은 국가안전기획부가 국가 안보의 수호와 국가안전기획부에 위임된 권한 행사에 관한 입장에 관하여 정보와 설명을 얻기 위하여 국가안전기획부의 임원을 만나고자 하였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기회는 제공되지 않았다. 그러나 특별보고관은, 국가안전기획부의 관리들이 국가보안법 하에서 범죄로 여겨지는 진술을 이유로 체포·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이 명백하다는 점을 알았다.
    21. 앞서 언급했었던 고려사항들을 기초로 하여, 특별보고관은 한국 국가보안법의 용어와 그 이행이, 세계인권선언 19조와 1990년에 대한민국도 당사국이 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 19조 등 적용가능한 국제인권법에 명시된 의사표현에 대한 자유를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46. (a) 대한민국의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합치하는 다른 수단을 고려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

    자유권위원회 최종견해 2차(CCPR/C/79/Add.114, 1999.11.1.)

    8. (한국정부의) 1차 보고서를 검토한 이후, 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의 존재와 그것이 지속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재차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당사국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은 분단상황이 야기하는 법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이 또한 구금, 조사 그리고 실체법상의 책임(substantive liability)에 관한 특별법규를 마련하는데 이용된다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역자주: 일반적인 경우보다 긴 구금일수, 지나치게 높은 형량을 부과하는데 사용되고 있는 점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부분). 이는 규약 제9조, 제18조, 그리고 제19조 등 다양한 조항들에 반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정부의 1차 보고서를 검토한 이후 권고한 사항, 즉 당사국이 국가보안법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야 함을 다시금 권고한다.
    9. 위원회는 국가보안법 7조 하에서 “반국가단체”를 고무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행위의 범위가 불합리하게 광범위하다고 생각한다. 선택의정서에 따라 개인적 통보로서 위원회에 보내진 사례들과 7조 하에서 기소된 내용에 대한 정보들을 검토해본 결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규약의 19조 세 번째 문장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규약은 단지 사상의 표현이 적성단체(enemy entity)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그 실체에 대해 동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이유만으로, 사상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위원회는 검찰의 내부 지침(역자주: 국보법을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라는 행정지침)이 규약과 합치하지 않는 국보법 7조의 남용을 억제하는 적절한 방법이 아님을 강조하고자 한다. 당사국은 규약에 부합하도록 7조를 긴급히 개정해야 한다.
    15. 위원회는 ‘사상전향제’를 폐지한 것을 환영하지만 그것이 ‘준법서약제’로 대체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위원회에 제공된 정보에 따르면, 어떤 재소자가 준법서약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는지, 무엇이 서약의 결과이고 법적 효력인지가 불분명한 채로 남아있다. 위원회는 (준법)서약 요구가 차별적으로, 특히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에게만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규약에 합치되지 않는 법을 따르겠다는 서약을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 일부 재소자들에게 석방의 조건으로 부과되는 ‘준법서약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위원회 최종견해 2차(E/C.12/1/Add.59, 2001.5.21.)

    9. 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을 통해 강제되고 있는 ‘요새 심리(fortress mentality)’의 만연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의 향유에 계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높은 수준의 방위비 지출에 반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의 핵심분야들에 대한 예산은 감소하고 있는 불균형적 현실에 주목한다.
    32. 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이 지식인과 예술인의 활동을 제약하는데 사용되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국가보안법 하에서, 작품이 검열, 몰수 혹은 파괴될 뿐 아니라 지식인과 예술인들 자신이 형사 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유권위원회 최종견해 3차(CCPR/C/KOR/CO/3/CRP.1, 2006.10.31.)

    18. 위원회는 국가보안법 개정을 위한 최근의 시도들과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가보안법이 존속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총의(consensus)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에 따른 기소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한다. 이 조항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규약 제19조 제3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제19조) 당사국은 국가보안법 제7조와 이로 인해 부과된 형벌이 규약의 요건에 일치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긴급한 사안으로 삼아야만 한다.

    2008년 UPR 한국정부 보고서(A/HRC/8/40, 2008.5.29.)

    4.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북한).
    24. 국가보안법이 형법의 명확성에 관한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해야 할 것(영국).
    33. 법률에 의한 해석의 남용을 방지하도록 국가보안법을 개정할 것(미국).

    프랑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한국보고서(A/HRC/17/27/Add.2, 2011.3.21.)

    66. 그러나, 특별보고관은 자유권위원회가 대한민국 국가보안법, 특히 국가의 존립과 안전 혹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동 법 제7조와 관련하여 여러 차례 우려를 표방하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71. 국가보안법 제7조의 모호함과 공익 관련 논의와 의견교환을 방해하는 그것의 효과를 고려하여, 위에서 언급한 여러 기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별보고관은 정부가 이 조항을 폐지할 것을 권고한다.

    권고

    97. 국가안보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목적에 속하기는 하지만, 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 제7조가 모호하고 공익 관련 사안에 대한 정당한 논의를 금하며, 오랜 기간 인권을, 특히 의사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을 폐지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게 권고한다.

    Ⅲ. 인권상황평가: 실태와 문제점

    1. 국가보안법의 부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계속됐고, 한국에서는 2004년 국회의원 150명이 서명한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이 발의되었다. 같은 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이 오랜 기간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 침해를 포함한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였고 국가안보와 연관된 형사법과 타법 조항들이 한국의 안보 우려를 나타내는데 충분한 기반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권고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한국의 대표적 형사법 관련 학회인 한국형사법학회, 한국형사정책학회, 한국비교형사법학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자수는 감소해 왔으나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가 늘어나고 있어 그 적용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 양적 증가

    지난 2008년 40건을 기록한 이래 국가보안법 입건자 수는 매년 증가하였다. 2009년 70건, 2010년 151건을 기록하였으며, 2011년 10월 현재 114건의 입건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국가보안법 위반 검거·기소·구속자수 및 비율>

    구 분 ‘05 ‘06 ‘07 ‘08 ‘09 ‘10
    검거자 수 33 35 39 40 70 151
    기소자 수
    비율(%)
    32 33 36 37 33 60
    97 94 92 93 47 40
    구속자 수
    비율(%)
    12 8 12 11 15 21
    36 23 31 28 21 14

    자료: 민주노동당 이정희의원 자료실, 경찰청 제출자료

    사이버 공간상에서 친북 활동을 하다 사법처벌 된 사례는 2010년 82건으로 집계되어 3년 전인 2007년의 5건보다 16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접속 차단 조치된 사이트의 수는 2008년 2건이었지만 2009년 10건, 2010년 51건으로 늘었으며 2011년에는 대폭 증가해 7월까지 139건으로 증가했다. 2011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가보안법 위반 내용으로 심의한 온라인 정보는 872건이었으며 이 중 1건을 제외한 871건에 대해 시정요구 결정이 내려졌다. 99.9%의 인용률이다.

    3. 인터넷상 표현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과 규제 – 국가보안법 7조의 부활

    대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2008년에는 국가보안법 사건 중 찬양고무죄 사건이 33%(15건/46건)였지만, 2009년에는 40%(23건/57건), 2010년에는 64%(62건/97건)로 급증하더니, 2011년에는 7월까지 85%(35건/41건)가 국가보안법 제7조 사건이다. 이 중 대부분은 온라인상에 친북적 내용을 게재하거나 퍼나른 행위가 문제가 된 경우였다.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이하 ’사방사‘)’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경찰은 사방사 사이트에 글을 올린 70여 명의 네티즌들을 무더기로 수사하고 있다. 거기에 게재된 글들이 어찌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증도 없는 상태에서 경찰 등 공안기관들은 글의 내용이 북한의 주장과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표현물을 규제하고 수사하고 있다. 2010년에 경찰이 친북게시글이라는 이유로 인터넷상의 해당 사이트에 삭제요청을 하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요청을 한 건수는 무려 8만 449건에 달한다. 2011년 10월까지의 삭제요청 건수도 6만 7269건에 이른다. 2008년에 1,793건의 삭제요청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사이버 사찰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북한사이트의 글을 리트윗했다는 혐의로 SNS 사용자 박정근 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되었다. 박정근 씨는 SNS를 통해 농담 삼아 “김정일 장군 만세”라고 게재한 것에 대해 조사받았고, 2012년 1월 11일 구속되었다.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의 부활이다. 미국의 언론 NPR은 보도를 통해 현재 한국에서의 국가보안법 탄압상황을 ‘신공안탄압’이라며 ‘낡은 법’으로 매카시즘을 일으키고 있다고 표현하였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에 따라 그 남용을 억제하고자 1991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으로 개정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그 의미는 완전히 무너지고 있으며, 헌법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사상·양심의 자유를 변함없이 침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안보와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에 관한 요하네스버그 원칙은 <원칙 2: 정당한 국가안보이익>에서 “특히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당화하려는 규제는 그 순수한 의도와 명시적 효과가, 예컨대 정치적 위기나 부정에 대한 폭로로부터 정부를 두둔하려거나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려거나, 국가 공공기관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려거나,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것과 같이 국가안보와 무관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경우에는 정당화되지 아니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주장의 내용이나 그 사람의 행동에서 드러난 의견이나 사상이 그 자체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 주장이나 의견이 북한 등 반국가단체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내용이라 하여 이적단체나 이적표현물로 단죄하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사상을 자의적으로 추단하고 단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4. 제어할 수 없는 남용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수많은 국가보안법 탄압사례를 보면 무차별적인 공안탄압의 수단으로 국가보안법이 남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안당국의 국가보안법 수사형태를 보면, 수사할 때는 조직사건으로 거창하게 포장해 놓고는 정작 이적표현물죄 정도로만 기소하는 경우도 있고 재판 과정에서 공안당국의 기소 내용이 무죄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가보안법 적용의 용두사미라고 해야 할 정도이다. ‘자본주의연구회’(2011년) 사건의 예를 보면 공안당국은 대학생들의 학술연구단체를 이적단체라고 하여 처음에는 이적단체 구성혐의로 압수수색영장 및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정작 이적단체 구성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발뺌하면서 이적표현물죄로만 기소하였다. 한국진보연대 사건(2008년)의 예를 보면 검찰은 한국진보연대에 대해 이적단체 구성 혐의를 염두에 두고 한국진보연대 활동가 10여 명에 체포영장을 신청하였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3인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하였으며 검찰 또한 기소 시 이적단체 구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재판 결과(항소심까지) 검찰 기소 내용의 핵심이었던 잠입탈출, 회합통신의 죄의 부분에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다. 청학연대 사건의 경우(2011년)에는 한번 기각된 구속영장을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청구하여 성원 2인을 구속했지만, 1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하여 현재 불구속 재판 중이다. 범민련 사건의 경우에는 국가정보원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악용하여 2년 8개월 동안 감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사건도 발생하였다. 2011년 기무사 간부 2명이 국가보안법 전력이 있는 조선대 K 교수의 이메일을 해킹한 사실이 드러났다.

    왕재산 사건(2011년)의 경우는 무차별 공안탄압의 대표적 사례이다. 2011년 8월 국정원은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김00 등 5명을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로 구속기소하였다. 소위 ‘왕재산’ 사건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주된 혐의는 북한의 지령에 따라 인천지역을 혁명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왕재산이라는 지하혁명조직을 결성하여 인천의 방송국 등 주요시설 및 군부대를 장악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겨우 5명 정도가 군부대 폭파와 같은 폭력혁명을 위해 반국가단체를 결성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국가정보원은 120명 이상의 시민에 대하여 강압적인 소환조사를 자행하고 있다. 참고인조사를 한다고 집요하게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집 근처에 있다면서 만나자고 하기도 하고 조사에 불응하면 강제구인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국정원은 이미 1년여 전부터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5명을 반국가단체구성 혐의로 기소해 놓고, 인제 와서 하부조직을 밝혀낸다는 이유로 저인망수사를 통해 무차별적인 소환조사와 협박수사를 하고 있다. 왜곡된 언론보도, 국정원의 무리한 수사, 검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왕재산 사건의 1심 재판 결과(2012.2.) 반국가단체 혐의에 대해 무죄가 판결되었다.

    5. 남북관계의 악화와 국가보안법 탄압

    이명박 정부시기 남북관계의 악화는 필연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 정부 시기의 합법적 방북이 이명박 정부가 되니 불법이 되었는데 김은혜 씨 사건을 비롯하여 한국진보연대 사건, 범민련 사건, 실천연대 사건 등이 그 예이다. 이들 사건은 모두 지난 정부시기 방북해서 했던 활동에 대해 정권이 바뀐 후 간첩혐의로 수사한 사건이다.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공안당국의 대대적인 수사는 악화된 남북관계를 기반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키면서 특히 선거 국면에서 악용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운동기간 중이던 2011년 10월 21일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종북조종사, 종북변호사, 종북공무원이 도처에 널려있다. 이제 종북시장까지 허할 건가”라고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에 대해 색깔공세를 펼쳤다. 홍준표 당 대표 역시 ‘북한도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매체를 통해 찬양하고 있지 않느냐’, ‘북한과 박원순은 말 안 해도 통해’라는 등의 발언으로 색깔공세에 가세했다.

    국가보안법 적용은 악화된 남북관계를 빌미로 하여 오늘의 적법이 내일의 위법으로 규정되면서 법적용의 예측 가능성, 형평성을 침해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며, 검찰총장이 나서서 종북좌파척결을 언급하는 등 매카시즘으로 활용되어 선거기간 특정세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일조하면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인지 정권안보 또는 특정세력을 지지하는 법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6.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보는 점의 문제점

    이른바 ‘북한 지령’에 따라 학생운동권 동향을 파악해 북한에 넘기는 등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전 간부 김은혜 씨에게 서울중앙지법은 2011년 10월 14일 징역 3년 6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다. 김은혜 씨는 지난 정부 시기 통일부의 승인을 받고 합법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김씨가 북한 측에 제공했다는 국가기밀은 학생회 선거 결과였다. 시간이 지나 합법이 불법이 된 것도 문제이지만, 학생회 선거 결과(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알 수 있다)가 국가기밀이 되어 구속하고 19개월 된 딸과 헤어지게 하였다는 것은 국가보안법의 반인권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공지사실은 국가기밀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통해 국가기밀과 관련하여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한 바 있으나, 최고법원의 판결마저도 이명박 정부하의 국가보안법 남용을 제어하지 못하는 공염불이 되어버렸다. 상하이스캔들(2011년)로 떠들썩했던 당시 외교관이 유출했다는 정보는 이명박 선거 캠프 연락처였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당사자들은 정보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라 국가기밀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회선거결과와 이명박선거캠프 연락처 어느 것이 더 국가기밀이라고 보이는가? 결국, 문제는 그 대상이 북한이었는지 중국이었는지의 차이였다. 즉 국가보안법이 헌법 위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근거는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에 있다. 국가보안법은 북한=반국가단체로 보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조항에 반하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충돌하는 공식이지만 대법원은 북한이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을 목적으로 한 적화통일노선을 완전히 포기하였다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오고 있다.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이중성격론(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하여 북한을 교류협력의 동반자로 볼 때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아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때의 이중성)에 의해, 똑같은 사건이라도 처벌받을 때가 있고 처벌받지 않을 때가 있다.

    2010년 9월 조선노동당은 대표자회의에서 1980년 당규약 서문을 수정하였다. 수정된 당규약의 내용을 보면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있다”이다. ‘사회주의 완전한 승리’는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로, ‘인민민주주의혁명 과업’은 ‘민주주의혁명 과업’으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은 ‘인민 대중의 자주성 실현’으로 바뀐 것이다. 사법부가 그토록 문제 삼던 부분이 북한의 당규약 수정에서 나타났지만, 여전히 국가보안법 판결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그들 내부에 뚜렷한 민주적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반국가단체성을 고수하고 있다. 판결에서 말하는 ‘북한의 민주적 변화’라는 것은 결국 북측 정권의 붕괴 또는 자본주의적 개혁, 개방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이는 북한이 어떻게 바뀌든 상관없이 무조건 적대, 대결해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1972년의 “7·4 남북공동성명”과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의 “남북 10·4 선언” 등 남북의 각종 합의에 모두 반하는 것이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인식하에 남북한체제가 공존하면서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며 통일의 상대로 인정하는 정치가 확립되기 위해 남북이 서로 적대시하는 법제가 상호 동시에 청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그 시작이다.

    7. 국가보안법 확대 적용 – 민주주의 훼손

    정부가 북한과 관련된 발표를 하는 경우 이와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천안함 침몰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서해 상에서 침몰하여 장병 46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였다. 정부는 5월 20일 북한의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의 수중폭발로 침몰하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김용옥 교수는 정부의 천안함 발표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하였고 소위 보수단체들은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고발하였다. <참여연대>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또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고발당하였다.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건(2008년)은 이 단체가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에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전제로 한 국가보안법 제7조가 적용될 것이냐가 첨예한 쟁점이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선고가 내려졌다. 이 판결은 지난 1991년 국가보안법 개정 시에 제7조 제3항의 이적단체가 북한 등 이른바 반국가단체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는 점을 도외시한 채 국가보안법의 적용범위를 부당하게 넓히고 있다.

    이적표현물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2008년 국방부는 <나쁜 사마리안인들>(장하준)이 포함된 23권의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였다. 법원이 <공산당선언>, <철학에세이>, <자본론>, <칼 맑스-프리디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등을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판시한 것이다. 또한, 검찰은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프랑스혁명연구>, <자본론>,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의 책을 이적표현물로 기소하였다.

    국가보안법의 확대적용은 국가보안법적 사고방식의 확대적용, 유사국가보안법적 법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테러방지법, 사이버 위기관리법 등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법제가 추진되고 있을 뿐 아니라 SNS 심의법을 통해 SNS를 감시 통제하려는 것도 국가보안법적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위에서 살펴본 사례들은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폐지가 아닌 개정으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Ⅳ. 개선방향: 정책과제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한다. 국가보안법은 표현의 자유와 사상·양심의 자유, 그리고 학문·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이며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되고 남북교류협력법과 충돌하며 국가보안법 자체로부터 연유하는 ‘자의적 남용’으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한다. 이에 국가보안법 폐지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느냐, 국가안보를 빌미로 한 정권안보의 희생으로 무시당하고 침해당해 온 인권의 문제를 올바로 세워내느냐의 일이다.33 유엔 자유권위원회 등 국제인권기구의 권고에 따라, 그리고 국민이 주권자로 천명되고 그 인권의 보장이 최고의 가치로 선언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 따라, 국가보안법의 즉각적 폐지만이 정답임을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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