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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책 제안: 노동영역

노동영역 -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과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자

  • 현황 및 문제점

    노동현장에서 표현행위에 대한 제한은 노동자의 직장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노동3권을 위협하는 인권침해행위이다.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파업에 대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노동조합 간부 및 파업참가 노동자들을 광범위하게 처벌하는 노동통제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일상화된 규제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1심에서 쟁의행위 사건에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것이 30.2%를 차지하였으며,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피고인의 수는 2,020명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도 철도노조 파업, 발전노조 파업, KEC 파업 등에 대해서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남용

    2011년 5월 현재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 청구된 손해배상액 총액은 1,582억 7천만 원에 이른다. 이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극에 달해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의 자결을 불러왔던 지난 2003년 10월 31일 현재 손해배상 청구 총액 575억 원보다 무려 1,007억여 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직장 내 표현의 자유 행사 금지

    노동현장에서는 사용자 측의 방만한 경영이나 비리를 사회적으로 고발하거나 공론화하기 위한 유인물 배포라든가 1인시위, 리본 달기 등의 표현마저도 금지되고 있다.

    정책제안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을 배제한다. 궁극적으로는 업무방해죄 처벌규정을 폐지한다. 또한 쟁의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예외적으로 폭력‧파괴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책임을 인정한다. 노동조합 및 조합원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전면 보장될 수 있도록 이를 제한하는 사규나 취업규칙 그리고 관행도 적극 개선해야 한다.

    노동영역

    Ⅰ. 문제제기

    노동자의 권리로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역사적으로 볼 때 일반적인 자유권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범주의 인권으로 발전되어 왔다. 헌법도 제33조 제1항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노동3권을 특별히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 파업 등 쟁의행위의 권리는 철저하게 탄압받고 그 기본적 인권의 지위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사태가 지속되어 왔다. 노동권에 대한 통제는 형사처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그리고 노동현장에서의 징계 조치 등 다양한 층위에서 자행되고 있다. 노동자의 쟁의행위는 대부분 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에 해당하게 되어 노동현장에 경찰의 물리적 진압과 통제를 불러오고 이후에는 다수 조합원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진다. 파업으로 인한 영업손실을 이유로 사용자 측은 노동조합을 상대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2008년에 도입된 필수유지업무제도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키는 또 하나의 통제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동권의 무력화 현상은 신자유주의와 함께 2000년대에 들어 더욱 가속화되어 왔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통제도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노동조합 및 조합원인 노동자 개인은 꼭 쟁의행위가 아니더라도 사용자 측의 방만한 경영이나 비리를 사회적으로 고발하거나 공론화하기 위해서 혹은 과도한 노조탄압 등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유인물 게시(배포), 현수막 설치, 신문 기고, 리본 달기 등의 방법으로 노동조합의 주장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주장과 표현은 그 자체로 노동조합 및 노동자 개인의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및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는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노동현장에서는 유인물 배포라든가 1인시위, 리본 달기 등의 표현마저도 철저하게 사용자 측으로부터 통제받고 있으며 이는 노동자의 직장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노동3권을 위협하는 인권침해행위임이 명백하므로 이에 대한 인권법적 대응 및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Ⅱ. 국제인권기준

    1. 국제인권규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8조
    • 1. (a) 모든 사람은 그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하여 관계단체의 규칙에만 따를 것을 조건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그가 선택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권리, 그러한 권리의 행사에 대해 법률로 정하여진 것 이외 또 국가안보 공공질서를 위하여 또는 타인의 권리를 자유와 보호하기 위하여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것 이외의 어떠한 제한도 과할 수 없다.
    • (C) 노동조합은 법률로 정하여진 것 이외 또는 국가안보 공공질서를 위하거나 또는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주사회에 필요한 제한 이외의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로이 활동할 권리
    • 3. 이 조의 어떠한 규정도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1948년 국제노동기구협약의 당사국이 동 협약에 규정된 보장을 저해하려는 것으로 입법조치를 취하거나 또는 이를 저해하려는 방법으로 법률을 적용할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모든 사람은 외부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권리는 국경, 표현방식, 전달수단 등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발굴하고 타인으로부터 얻고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이러한 권리는 일정한 의무와 책임이 수반되며 따라서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제한은 법에 규정된 경우에만 가능하며, 타인의 권리나 명성을 보호하기 위하거나 국가안보나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이나 사기를 보호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된다.

    2. 국제기구의 한국에 대한 권고

    국제인권법(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과 정치적·시민적 권리에 관한 규약)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로서의 권리, 즉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와 노동조합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행동을 할 권리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이미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인권기구들은 수차례에 걸쳐 심각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가. 사회권위원회의 권고

    사회권위원회는 1995년 대한민국 보고서에 관한 1차 심의 최종견해(E/C.12/1995/3)에서 파업에 대한 규제 및 공권력 통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위원회 최종견해 1차(E/C.12/1995/3, 1995.6.7.)
    • 8. 파업권에 관한 규제는 지나치게 제약적이고, 노동자들의 행위의 합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정부당국에게 거의 절대적인 재량권이 주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 9. 위원회는 또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사례들과 조합원들의 평화로운 활동에 대한 경찰의 공격에 대해서 대단히 놀랍게 생각한다.

    또한, 2001년 2차 최종견해(E/C.12/1/Add.59, 2001.5.21)에서는 파업에 대한 형사처벌 및 경찰력 동원
    에 대해 한층 강도 높게 비판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형사소추를 중지할 것을 한국정부에 촉구”하였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위원회 최종견해 2차(E/C.12/1/Add.59, 2001.5.21.)
    • 20. 위원회는 파업(industrial actions)을 관장하는 법률이 투명하지 않고 파업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관련기관에 과도한 재량이 부여되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이 점에 있어서, 파업행위를 범죄시하는 정부의 접근방식은 ‘전적으로 수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위원회는 판단한다. 또한, 위원회는 대량해고에 의해 유발된 최근의 노동 관련 시위에서 과도한 경찰력이 사용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러한 상황들의 종합적인 효과는 규약 8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들에 대한 명백한 부정이라고 위원회는 생각한다.
    • 39. 위원회는 규약 8조의 규정 즉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참여할 권리, 자신들의 경제적 및 사회적 이해를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통한 단체교섭을 행할 권리, 그리고 파업권을 한국정부에 상기시킨다. 위원회는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형사소추를 중지할 것을 한국정부에 촉구한다. 또한 위원회는 공공질서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준 이상의 공권력 사용을 자제할 것을 한국정부에 촉구한다.

    특히 파업 노동자에 대한 업무방해죄 처벌에 관련해서 사회권위원회는 2008년 3차 최종견해에서는 형법 제314조를 직접 거론하면서 업무방해죄의 적용중지를 강력하게 촉구하였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위원회 최종견해 3차(E/C.12/KOR/CO/3, 2009.12.17.)

    19. 위원회는 주로 ‘업무방해’에 관한 형법 제314조에 근거한, 노사관계와 관련된 노동자들에 대한 기소 및 파업노동자에 대하여 행해지는 과도한 물리력 사용의 사례가 빈번함을 매우 우려한다. 위원회는 노동조합권이 당사국에서 적절하게 보장되지 않음에 대한 그 우려를 반복한다. (제8조)

    위원회는 당사국이 파업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수단으로서 ‘업무방해’ 조항의 사용이나 공공질서 유지를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이상의 물리력의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하고 이에 가입할 권리, 노동조합을 통하여 단체교섭에 참여할 권리 및 파업권을 보장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더 나아가 위원회는 당사국이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의 보호에 관한 ILO협약 제87호(1948년),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ILO 협약 제98호(1949년)의 비준을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나.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했지만, 아직까지 유보조항이 많아 완전한 노동의 권리와 노동자로서의 표현행위를 포함한 일체의 행위가 온전하게 보장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서도 유보된 ILO 87호와 98호를 비준할 것을 수차례 권고하였다. ILO 역시 사회권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한국정부와 기업은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조합활동과 파업을 포함한 단체행동을 형법의 업무방해로 처벌하고 그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노동자의 노동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견해를 표명하면서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업무방해죄 적용이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배하므로 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2002년 3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327차 보고서, 2003년 6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331차 보고서, 2004년 11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335차 보고서, 2006년 3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340차 보고서. 2011년 3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359차 보고서).

    또한 ILO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해서도 수차례 우려를 표명하였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2008년 6월 권고, 2009년 11월 재차 권고를 통해 “‘업무방해’ 조항에 기반을 두어, 노조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과 권리를 단념하게 하기 위한 위협의 일환으로(예를 들어, 부당해고 소송 철회, 노조탈퇴, 잔업거부철회 등)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손배소를 제기한 데 대해 독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하였으며, 2011년 3월 359차 보고서에서 “한국정부와 사용자들이 ‘업무방해’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가압류, 벌금, 구속, 수배 등 노동탄압을 가하는 것에 대해 수사를 거쳐 제재를 가하라는 이전 권고가 이행되지 않고 있음에 유감”을 표명하고 개선을 촉구하였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2011년 권고
    • e. 위원회는 관련 사회적 파트너들과 협의를 통해 다음을 개발할 것을 정부에 다시 한번 요청한다.
      • (i) 노조법이 모든 근로자들에게 보장되도록 하도급(파견)근로자의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이들 근로자의 기본권 행사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하도급 남용을 방지하는 적절한 메커니즘. 이런 메커니즘은 사전에 결정된 합의된 대화 절차를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 (ii) 자영업 근로자의 특성에 맞는 구체적인 단체교섭 메커니즘
    • f. 위원회는 다음에 대해 독자적인 조사를 지체 없이 실시할 것을 정부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 (i) 현대자동차 울산과 전주공장 하도급 근로자들의 해고 및 이들 근로자가 ‘제3자’ 즉 주 사용자(하도급회사)를 상대로 쟁의행위를 벌였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된 것이 밝혀질 경우 일차적 구제 조치로 임금손실 없는 복직을 보장한다. 사법당국이 노조원들의 복직이 객관적이고 확실한 이유로 가능하지 않다고 결정한 경우 모든 피해를 배상하고 향후 이런 행위의 재발을 막는 적절한 보상을 판정하여 반노조적 차별 행위에 대한 충분히 단념적인 제재조치가 되도록 한다. 그리고
      • (ii) 현대자동차 아산과 울산 공장 및 기륭전자 집회 동안 노조원들에 대한 사설경비용역원의 폭력행위 혐의 및 그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 경우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 g. 하이닉스/매그너칩 및 현대자동차 (울산과 아산공장)의 반노조적 차별 및 방해 행위 주장과 관련하여 위원회는 일차적 구제 조치로 해고된 노조간부들과 노조원들의 복직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사법당국이 노조원의 복직이 객관적이고 확실한 이유로 가능하지 않다고 결정한 경우 모든 피해를 배상하고 향후 이런 행위의 재발을 막는 적절한 보상을 판정하여 반노조적 차별 행위에 대해 재발되지 않도록 충분한 제재조치가 되도록 한다. 또한 아산공장 해고근로자들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 판결 내용을 계속 알려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
    • h. 위원회는 정부가 이전 요청에 대해 답변하지 않은 것을 유감스럽게 여기며 교섭력 배양 등 금속부문 특히 현대자동차, KM&I 및 하이닉스/매그나칩 하도급 근로자들의 고용조건에 대한 단체교섭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 이들 기업의 하도급 근로자들이 성실한 교섭을 통해 구성원의 생활과 근로조건 향상을 추구할 권리를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정부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 I. 위원회는 정부가 이전 요청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유감스럽게 여기며 형법 제314조(‘업무방해’)를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지체 없이 취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계속 제공할 것을 정부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 j. 위원회는 근로자와 노조원을 위협할 목적으로 ‘업무방해’라는 이유로 사법절차를 남용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사법당국이 적절한 보호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며 법원이 판결시 개별적 노사관계 차원에서 건설적인 노사관계분위기 조성의 필요성을 적절히 고려할 것으로 기대한다.

    Ⅲ. 인권상황평가: 실태와 문제점

    1.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및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거듭된 권고에도 불구하고, 형법상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1항)는 노동자의 파업에 대한 규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자의 쟁의행위의 권리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형사사법 실무와 학계를 지배해 온 논리는 ‘쟁의행위 = 원칙적 범죄행위’라는 등식이다. 노조법 제4조는 형사면책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파업 등 쟁의행위가 일단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노조법의 규정 및 대법원판례가 설정한 기준에 의하여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위법한 쟁의행위가 아니라는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법 논리에 파업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의 적절성 등에 관하여 판례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하는 범위가 지극히 협소하기 때문에 실제 대부분의 파업은 업무방해죄로 처벌되기 십상이다. 쟁의행위가 기본권으로 보장되기는커녕 범죄행위로 규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 적용 하에서는 파업에 참가하는 모든 노동자가 범죄자가 된다. 사법당국은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나 적극 참가 조합원을 구속하거나 기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파업에 참가한 모든 노동자를 범죄자로 단죄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노조법이 정한 요건을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불법파업’이라는 딱지가 붙고 노조 간부에 대한 수배가 내려지고 파업에 의한 점거나 집회 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된다. 그 과정에서 저항이라도 하게 되면 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된다. 이러한 노동탄압의 모든 과정을 지배하고 이끌어내는 법 논리가 바로 [쟁의행위 = 업무방해죄]이다.

    파업에 대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노동조합 간부 및 파업참가 노동자들을 광범위하게 처벌하는 노동통제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일상화된 규제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 구속된 노동자 1,400여 명 중 785명(56.1%)에게 업무방해죄가 적용되었고,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2002년부터 2006년에 선고된 제1심 노동형사사건 중 쟁의행위 사건에 적용된 죄의 개수는 모두 7,624개이고, 그 중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것이 2,304개로 30.2%를 차지하여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업무방해죄 사건에서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에 관한 것이 45.9%를 차지하고, 주체와 목적 및 절차 등의 정당성이 문제가 된 것이 54.1%를 차지하였으며,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피고인의 수는 2,020명이고 그 중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의 수는 23명(1.1%)으로 조사되었으며, 전체 쟁의행위의 유형 중 파업·태업·준법투쟁 등 평화적인 쟁의행위 유형은 49.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노동자 파업에 대한 규제로서 업무방해죄가 적용된 주요 사례를 살펴보고,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논리의 문제점을 검토해 본다.

    가.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주요 사례
    1) 철도노조의 파업 사례(2009년)

    이명박 정부에 들어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및 노동조합 탄압이 일상화된 것이 특징 중 하나이다. 정부는 2008년 하반기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공공기관마다 단체협약 체결 지도지침을 내려보내고, 2009년 8월 단체협약 해지 상황을 월별로 모니터링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러한 지침 이후에 실제 철도공사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사 등 다수 공공기관에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게 된다.

    철도노조의 파업도 이러한 배경에서 전개된 사건이다. 철도공사 측은 기존의 단체협약 사항 중 노동조합의 활동 축소 및 각종 복지후생의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상 개악 요구를 하였으며 이것이 파업의 핵심쟁점이 되었다. 철도공사 측의 불성실한 교섭과 무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는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였지만, 공사 측은 2009년 11월 24일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였고 더 이상의 교섭과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철도노조는 2009년 11월 26일 04시부터 8일간 전면파업에 돌입하였다.

    철도노조는 파업의 과정에서 물리력을 동원하거나 점거나 생산시설 파괴 등 위법행위를 하지 않고 소극적인 노무제공 거부의 파업을 전개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법률이 정한 필수업무유지제도에 따라 전체 조합원 2만 5천 명 중 비필수요원인 1만 2천여 명만이 파업에 참여하는 등 평화적으로 파업을 진행하였다. 철도노조의 전면파업에 대하여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은 무려 189명의 조합원을 고소하였다. 경찰과 검찰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짓고 파업 당일부터 노조 주요간부들을 무차별적으로 소환 조사하였으며 김00 철도노조위원장을 업무방해혐의로 구속하였다. 2010.7.2. 법원은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2) 발전노조 파업 사례(2009년)

    2009년 발전노조의 파업도 철도노조의 파업사례와 유사하게 전개되었다.

    2009.9.11 발전노조 권역별 조합원 총회, 투쟁결의문 발표
    2009.9.17 조합원 찬반투표,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쟁의행위 결의
    2009.10.27 중노위 조정종료, 그 이후로 언제든 파업 돌입 가능
    2009.11.2 발전노조 간부 100여 명 간부 파업학교
    2009.11.3 마지막 단체교섭, 사측 Open Shop 주장
    2009.11.4 발전5사 사장단 - 파업 관련 공동 기자회견, 단협해지
    노조 - 홈페이지에 파업 관련 투쟁명령문 게시(그 전부터 파업예고)
    2009.11.6 파업 돌입

    발전노조의 파업도 소극적인 노무제공 거부로 진행되었을 뿐, 파괴행위나 물리력을 동원한 위법한 행위는 없었다. 발전노조의 파업은 하루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파업 기간 중에도 발전노조는 필수유지업무로서 발전설비 운전, 발전설비 운전 기술지원, 발전설비 점검 및 정비, 안전관리 업무는 평상시의 100%로 유지하는 등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준수하는 데에도 충실을 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발전노조위원장과 노조간부 12명에 대해 1,300여 명의 조합원과 공모하여 파업함으로써 사측의 전력생산업무를 방해하였다는 혐의(업무방해)로 기소하였다.

    3) KEC 파업 사례(2010년)
    2010.3.11 전국금속노조 KEC지회, 2010년 7월 1일부터 근로시간면제한도제(이하 '타임오프')의 도입
    으로 유급노조전임자 숫자 현행 유지를 요구하며 3월 30일까지 4차에 걸친 특별단체교섭(이하 '특단협')진행
    2010.3.7 타임오프에 관해 금속노조 본조의 중앙교섭으로 결정하고 통상적인 임금 등에 관한 단체
    협상(이하 '임단협')을 진행
    중앙교섭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아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한 결과 대상사건이 노동쟁의라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이 남
    2010.4.5 다시 특단협을 요구하였으나 회사의 임단협과의 분리 입장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음
    2010.5.27 KEC지회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 결의
    2010.6.2 금속노조 구미지부는 구미지역 사업장을 대표하여 지부집단교섭을 진행하였으나 사측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하였으나 조정대상 아님과 노사간의 현격한 입장차로 조정안 제시불가를 이유로 기각됨
    2010.6.9 6월 9일부터 5일에 걸쳐 부분파업을 하다가 6월 21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면 파업, 이과정에서 회사는 31명의 조합원을 해고하고 노조집행부 4명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함
    2010.6.30 회사는 새벽 1시 30분경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 조합원들을 용역을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내쫓음
    2010.7.1 아직 단체협약이 유효하게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노조의 차량반납을 요구하고, 노조 사무실을 폐쇄함
    2010.9.30. 이후까지도 계속해서 직장폐쇄 조치를 유지하면서 7.2 대체근로 투입 등을 통해 조업활동을 지속함
    10월 중순 KEC지회가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와 손해배상소송 취하를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음
    2010.10.21 KEC지회 공장점거농성에 들어감

    쟁의행위 과정을 거친 파업 중에 회사의 경영 및 생산업무 정지를 의미하는 직장폐쇄 상태에서 노조원을 출입 금지시키고 불법적인 대체근로 투입을 통한 생산업무로 상당한 이익을 보았음에도 오히려 공장점거 이전의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하여 ‘위력으로써 회사의 경영 및 생산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기소하였다.

    나.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의 법리적 문제점

    노조법 제4조는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형사면책을 규정하고 있다.

    검찰과 법원의 실무에서는 ‘쟁의행위는 일단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다만 정당한 쟁의행위라면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라는 식의 논리가 지배해 왔다. 쟁의행위는 기본적으로 위법하며 노조법이 정한 요건을 모두 갖추었을 때 비로소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쟁의행위는 근로자가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등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소기의 요구조건을 관철하고자 하는 실력행사이다. 집단적 실력행사라는 점에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의 요소는 충족되며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한다는 점에서 자유의사를 제압한다는 속성도 언제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업무방해의 결과가 발생할 필요도 없으므로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언제나 충족하는 셈이다.

    그리하여 폭행이나 협박 등이 전혀 없었던 단순파업의 경우에도 종래 대법원은 “노동쟁의행위는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사용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에 집단으로 근무에 임하지 아니한 것은 다른 위법의 요소가 없는 한 근로제공의무의 불이행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지만, 단순한 노무제공의 거부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면서 위력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정도에 이르면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러던 차에 2011년 3월 17일 대법원은 ‘단체행동권의 헌법적 지위’를 고려하여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을 다소간 제한하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놓았다.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헌법 제33조 제1항),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로써 종래의 판례, 즉 노동자들의 단순파업으로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고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은 부분적으로 폐기되었다.

    대법원이 파업 등 단체행동권의 헌법적 지위를 고려하여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을 제한하고자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변경된 판례에 의하면, 위와 같은 실질적 위력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파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처음부터 업무방해죄의 적용가능성이 배제된다. 이 경우에는 파업이 노조법의 요건을 준수했는가는 상관없다. 예를 들어, 파업목적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등의 경우에 종래 판례는 파업목적의 정당성을 부정하면서 업무방해죄의 유죄로 판단하였지만, 변경된 판례에 의하면 그 파업이 실질적 위력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노동현장에서 그 효과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변경된 판례의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실질적인 위력에 해당하는가에 따라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는데, 그 기준이 모호하다. 파업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에 업무방해죄로 처벌받게 될는지 예측하기 어렵고, 경찰이나 검찰은 판례의 애매한 기준 덕분에 여전히 파업에 대해 공권력의 통제를 가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파업 노동자들이 공권력 행사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둘째, 쟁의행위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위력 요소를 포함하는 것인데 업무방해죄의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의사를 제압, 혼란케 하지 않는 정도의 파업이어야 할 것이 요구된다. 이는 자칫 단체행동권의 기본권으로서의 특성 – 노동자들이 사용자 측을 집단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권리 – 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릴 위험이 있다. 파업이란 본래 사용자 의사를 제압, 혼란케 하려는 목적에서 하는 것이다. 판례에 의하면 파업의 효과가 높아지면 업무방해죄의 범죄라는 결과가 된다. 노동조합은 파업을 하되 사용자 측의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생겨버린 꼴이다. 셋째, 파업의 정당성 문제가 “위력” 개념 논쟁으로 축소된 점도 문제이다. 단체행동권은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한 실력행사인데, ‘그 정도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러므로 대법원 판례가 업무방해죄의 적용에 대해 다소간 제한적인 요건을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의 파업에 대해 사법당국이 업무방해죄를 근거로 하여 경찰력을 투입하고 파업에 참가한 다수 조합원을 사법처리할 가능성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변경된 대법원 판례를 형식적으로 보면, 업무방해죄의 남용으로 인해 파업권이 무력화되고 있는 실상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개선효과는 매우 미미한 정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라는 점에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할 수 있음은 여전히 변경된 판례에 의해서도 인정되고 있다. 이는 파업을 범죄시하는 단결금지의 법리가 아직도 완전히 청산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근본적인 비판과 성찰이 필요하다. 헌법 및 국제인권규범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형법에서 업무방해죄라는 범죄행위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이다. 첫째,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한 취지는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실력행사 및 그 결과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쟁의행위는 그 자체로 정당하다고 추정되어야 한다. 쟁의행위의 형사처벌 문제는 이처럼 단체행동권의 헌법적 보장과 쟁의행위의 정당성 및 적법성 추정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둘째, 쟁의행위를 원칙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보고 예외적으로만 정당화될 수 있는 논리는 단체행동권이 인권법적으로 승인되기 이전의 시대(예를 들면 19세기 영미법상의 단결금지 법리의 시대)에나 가능한 것이고, 현재는 그것이 국제인권법 및 헌법적 권리로 승인된 이상 단체행동권의 행사 그 자체를 범죄행위로 취급하는 법규와 논리는 폐기되어야 한다.

    쟁의행위를 헌법적 기본권으로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집단적 실력행사라는 단체행동권의 본질적인 속성 때문에 범죄행위가 된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파업 등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원래 범죄행위이고 그저 대법원 판례와 노동법이 인정한 요건과 범위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논리는 단체행동권이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헌법의 명령과 양립할 수 없다. 쟁의행위는 기본적으로 정당한 기본권 행사로 승인되어야 하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있었던 경우뿐이어야 한다.

    다. 기존 개선방안 논의와 그 한계

    파업 등 쟁의행위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업무방해죄의 규정은 그대로 두되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을 두는 입법방안이 제안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9년 12월 29일 조승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일부개정법률안」과 민변이 제안한 노조법 개정안을 들 수 있다. 조문은 아래와 같다

    현행 형법 조승수 의원 대표발의 형법개정안(2009.12.29.)
    제314조(업무방해)

    •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②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업무를 방해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제314조 ①·② (현행과 동일)

    • ③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제1항 및 제2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현행 노조법 제4조 민변의 노조법 제4조 개정안(2008)
    제4조(정당행위)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제4조

    • ①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 ② 쟁의행위가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지 않고 집단적 노무제공거부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업무방해죄 등의 명목으로 노동조합간부나 조합원을 형사처벌할 수 없다.

    문제의식은 동일하다. 조승수 의원 안은 형법 제314조에 ③항을 신설하여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을 입법적으로 배제하고자 의도한 것이며, 민변의 개정안은 노조법 제4조를 손질하여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평화적인 쟁의행위에 대하여 업무방해죄 등의 형사처벌을 금지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입법적 개선방안이 유용한지 의문이다. 조승수 의원 안은 결국에는 노조법상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업무방해죄 적용을 배제한다는 것이 되어 버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는 현행 노조법 제4조의 논리를 극복할 수 없는 방안이다. 반면에 민변 개정안은 그와 같은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민변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을 위한 일부 요소의 측면에서 정당성을 인정하기 곤란한 면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쟁의과정에서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한 이를 형사처벌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법원 판결을 견인하기 위하여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실정법의 규정에 “쟁의행위”라는 문구가 등장하는 한 그것이 노조법상 정당한 쟁의행위를 의미하는 것인지 헌법적 차원에서 정당한 쟁의행위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논란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한 해석학적 논쟁이 전개된다면 전자, 즉 노조법상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의미한다는 식의 해석론이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이래서는 위와 같은 입법으로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목표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어 버릴 위험이 있다.

    2.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남용

    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실태

    2011년 5월 현재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 청구된 손해배상액 총액은 1,582억 7천만 원에 이른다. 주요 사례는 아래와 같다.

    [표]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손해배상 청구 현황(2011.5. 현재)
    손배 청구액은 천만 원 미만 단위 절사
    사업장 손배 청구액
    1 한국철도공사 120억 원
    2 쌍용자동차 387억 4천만 원
    3 KEC 301억 원
    4 한진중공업 202억 8천만 원
    5 현대자동차 206억 9천만 원
    6 금호타이어 233억 8천만 원
    7 쓰리엠 2억 6천만 원
    8 발레오전장시스템 26억 5천만 원
    9 진방스틸 5억 원
    10 DKC 10억 원
    11 ASA 58억 2천만 원
    12 민주노총 28억 5천만 원
    총계 1,582억 7천만 원

    이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극에 달해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의 자결을 불러왔던 지난 2003년 10월 31일 현재 손해배상 청구 총액 575억 원보다 무려 1,007억여 원이 늘어난 금액으로, 8년 사이에 손해배상 청구 총액이 2.7배 늘어난 셈이다.

    [그림/표] 민주노총 소속 손배청구 사업장수 및 청구총액 비교
    연도 손배청구 총액 손배청구 사업장 수
    2002.6. 345억 원 39개
    2003.1. 402억 원 50개
    2003.10. 575억 원 51개
    2011.5. 1,582억 7천만 원 12개

    특히 2003년 당시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업장 수가 총 51개였던 것에 비교해, 2011년 5월 현재 손해배상청구 대상 사업장은 (민주노총 포함) 12곳으로, 대상 사업장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청구액은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손해배상 청구액의 규모는 가히 살인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용자 측에서 청구한 금액을 기준을 보면 노동조합의 존립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이며, 노동기본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당해 년도 사업장의 영업실적을 유지하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지경이다.

    이러한 실태를 보면,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조합 탄압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활용방식이 몇몇 주요 쟁의 사업장을 표적 삼아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몇몇 대규모 사업장의 파업에 대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다른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을 위축시키기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노조법 제3조가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적 손해에 대하여 노동조합 및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측의 천문학적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법이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면책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쟁의행위가 노조법에 따른 ‘정당성’ 요건을 완전히 갖추지 못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은 거액의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노조법은 쟁의행위의 주체, 절차, 방법 등을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법원 역시 사용자의 경영사항 내지 정부의 정책사항 이라는 이유 등으로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마저 매우 광범위하게 부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노조법과 법원의 태도 때문에 대부분 쟁의행위는 정당성이 인정되기가 바늘구멍만큼이나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은 물론이고 단체교섭권까지 무력화시키는 결과에 이르고 있다.

    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법리적 문제점

    대법원 판례에 의할 때,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결여하게 되면 당해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부정되며, 노동조합 및 노동자들은 사용자 측의 어마어마한 손해배상소송을 감수해야만 한다.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법리는 아래의 대법원 판시에서 잘 드러난다.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노동조합이나 불법쟁의행위를 기획·지시·지도하는 등 이를 주도한 노동조합 간부 개인이 그 배상책임을 지는 배상액의 범위는 불법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손해이고, 그러한 노동조합 간부 개인의 손해배상책임과 노동조합 자체의 손해배상책임은 부진정 연대채무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노동조합의 간부도 불법쟁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다만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성실교섭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노동조합과의 기존 합의를 파기하는 등 불법쟁의행위에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는 그러한 사용자의 과실을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참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일반조합원이 불법쟁의행위 시 노동조합 등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노무를 정지한 것만으로는 노동조합 또는 조합 간부들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근로자의 근로내용 및 공정의 특수성과 관련하여 그 노무를 정지할 때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또는 손해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그가 노무를 정지할 때에 준수하여야 할 사항 등이 정하여져 있고, 당해 근로자가 이를 준수함이 없이 노무를 정지함으로써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확대되었다면, 그 근로자가 일반조합원이라고 할지라도 그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손해에 대하여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위 대법원 판례법리에 따르면,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노동조합 간부 등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노무공급을 중단한 조합원의 경우는 제외하더라도 배상액의 범위로서 불법쟁의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손해에 대하여, 노동조합재산 그 자체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간부 및 단순 참가자가 아닌 쟁의행위 참가자(쟁의행위 시 현장에 참가한 경우는 단순 참가자로 인정되지 않음)는 상호 부진정연대책임의 관계에서 당해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노동조합과의 기존 합의를 파기하는 등 사용자가 불법쟁의행위에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볼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는 그러한 사용자의 과실을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참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로인해 노동자들은 불법쟁의행위로 판결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을 행사조차 못하게 된다. 이는 노동권이 사용자와의 계약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대항권으로 성격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권이 집단적 권리로써 인정되고 행사되는 것임에도 이에 대해 개별노동조합간부나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은 노동권의 특수성을 부인하는 일이며 헌법상의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무의미하게 하는 일이다.

    다. 기존의 대안 논의와 한계

    현행 법제상 노동조합의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사실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한다고 할 때, 현행 법체계하에서 노동기본권의 보장을 위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노동조합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법리가 제안되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선방안은 크게 네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첫째,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통하여 접근해 볼 수 있다. 노동법상의 절차 규정 위반 제외, 피케팅의 한계의 확장, 쟁의행위 목적 조항의 근로조건 관련성 확대 등을 도모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 없으면 기대하기 곤란하다는 측면에서 노동기본권과의 조화라고 하는 관점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둘째, 노동조합 간부의 면책에 대한 논의이다. 그러나 노동조합 간부가 노동조합총회 등에서 결의된 내용을 단순히 집행만 한 경우에 그 결과에 따른 간부 개인의 책임을 면제할 수 있겠지만, 그 배상액의 산정에 있어서의 의미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쟁의행위에 대한 지도·관리·통제할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노조법 제38조 제3항 하에서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셋째, 쟁의행위 적극 참가자에 대한 책임의 부정을 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조합원 개인들이 노동조합의 지도 등에 따라 쟁의행위에 참가한 경우, 이들 조합원 개인이 야기한 특별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조합원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현행 대법원 판례법리의 변경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어서 그 현실성에 한계가 있다.

    넷째, 쟁의행위가 판례법리 및 현행 노동관계법상의 많은 제약으로 위법한 쟁의행위로 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노동조합으로서는 쟁의행위 이후에 사용자와 이른바 면책합의를 하는 것이 현재의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비교적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시를 통하여 이른바 면책합의에 대하여, 특히 징계 등에 대한 면책합의에 대하여 노조법 제33조 제1항의 규범적인 효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성기간 중 사건에 대하여 조합원들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단체협약의 취지는 위 농성기간 중의 행위뿐만 아니라 농성과 일체성을 가지는 그 준비행위, 유발행위까지도 포함하여 이를 면책시키기로 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할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농성과 일체성을 가지는 위 행위를 이유로 원고를 징계해고 할 수 없으며”,

    “연장운행과 관련하여 조합간부 및 조합원의 징계를 최소화하며 해고자가 없도록 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고 이는 적어도 해고의 면에서는 그 행위자를 면책하기로 한다는 합의로 풀이되므로, 원고공사가 위 피고 보조참가인에 대하여 한 당연퇴직 조치는 원고공사와 노조의 위 면책합의에 배치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

    “면책합의 이후 원고들에 대하여는 파업사태와 관련하여 더 이상 징계할 수 없고 이는 징계재심위원회의 재심결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므로 이에 반하여 이루어진 원고들에 대한 징계재심위원회의 재심결의는 무효라는 취지임이 명백”

    그런데 민사면책합의의 한계도 분명하다. 노무제공형태 가운데 도급계약과 관련하여 보면, 위와 같은 면책합의 이후에 도급인과 도급인 회사 근로자들로 결성된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면책합의가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도급인의 수급인이 당해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로 인한 자신들의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도 있어, 노동조합으로서는 면책합의가 반감되거나 실효성이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면책합의의 효력과 관련하여 주의할 필요가 있다. 면책합의에 징계하지 않겠다는 부분은 근로조건 그 자체로서 규범적인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에 이론이 없다. 그런데 손해배상에 대한 면책합의의 효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사용자가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묻지 않겠다고 합의한 경우, 당해 단체협약은 채무적 부분의 합의이므로 단체협약의 효력으로서는 채무적인 효력만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단체협약의 효력과는 별개로 당사자가 손해배상에 대하여 상호 합의에 따라 채권자가 이를 면제하기로 합의하였다면 당해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게 되는 것은 민사법의 법리상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 측 입장에서 볼 때에 현재의 대법원 판례법리 하에서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는 민사면책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법상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에 대하여 사용자에게 민사면책합의를 요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합의를 하지 않는 사용자를 상대로 면책합의를 요구하여 쟁의행위를 할 경우 이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가 곤란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손해배상이 쟁의행위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노동권을 침해하는 현실은 일반 개인 간의 거래에 적용되는 민법상의 손해배상 논리를 형식적으로 쟁의행위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점에서 연유한다. 시민법상의 손해배상 법리를 쟁의행위에 그대로 적용하는 한 위와 같은 방안은 노동권에 대한 강력한 침탈수단이 되어 버린 손해배상 법리를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쟁의행위는 본래 사용자의 손해발생을 필연적으로 예정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노동권을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그 기본권 행사에 수반되는 사용자 측의 손해발생에 대해서는 사용자 측이 감수해야 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민법상의 손해배상 법리를 노동현장의 쟁의행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노동기본권의 보장에 역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시민법상의 손해배상 논리를 아무런 여과 없이 형식적으로 쟁의행위에 적용하는 것에 있다. 그것은 사용자 측의 손해발생을 무기로 하여 사용자를 압박할 수 있는 권리인 노동권의 특성을 존중하지 않는 법 적용이기 때문이다.

    3. 직장 내 표현의 자유

    노동소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직장생활은 일상이다. 일상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행위가 차단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모든 권리는 상호의존적이고 연결되어 있듯이 표현의 자유는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직장에서 노동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는 행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노동에 대한 권리도 보장받을 수 없다. 직장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상의 과도한 규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줄곧 문제가 되어 왔다. 노동조합을 불온시하는 정부의 태도는 기업에도 고스란히 이어져 노조활동을 차단하거나 조합원의 비판적 표현활동을 철저하게 규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노조소식지나 유인물을 배포하는 행위, 1인 시위나 집회를 문제 삼아 민형사상의 제재를 가하거나 징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노동권인 노조활동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노동조합 및 조합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표현행위(집회시위, 유인물 배포, 의복착용 등)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기에 일반 시민의 표현의 자유는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작업장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기업과의 관계(기업의 재산권, 기업의 경영권) 때문에 조합원으로서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정당화 하는 논리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가. 직장 내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유형별)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침해로서 문제된 사례를 유형화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유인물 및 소식지 배포행위, 현수막 게시행위에 대한 규제
    • 현대미포조선(1997) : 회사 비판 내용이 담긴 노조 소식지를 배포하고, 부당한 잔업을 지시한 관리자에 항의하자 ‘명예훼손 및 명령불복종’ 이유로 해고. 이후 2005년 대법원 판결로 복직.
    • 현대중공업노조(2009) : 2009년 2월 현대중공업 노조가 단체협상 임금요구안을 무교섭으로 회사에게 위임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의 홍보물을 낸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과 대우조선해양노조 최창식 위원장, 최인동 노보 편집장 등을 현대중공업노조 오종쇄 위원장 명의로 지난 2009년 9월 26일 명예훼손혐의로 고발.
    • 대우조선해양(2011) : 노조는 2011년 9월 25일 자 노보 ‘새벽함성’ 을 통해 현대중공업 노조의 단체협상 무교섭 위임건에 대해 “노동조합은 개별 노동자들의 임금을 위임 받은 주체인데 그 위임권을 다시 회사에 넘겨준다는 것은 노동조합 고유의 임무를 망각한 한심스런 행위”, “임금교섭을 회사에 위임하겠다는 것은 노동조합 존재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 “최소한의 의견수렴 절차조차 무시한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한 독단”, “이것은 분명히 밀실담합이며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를 즉각 철회하고 조합원에게 사죄해야 한다"라고 비판. 이에 대해 검찰은 모욕죄로 노동조합간부를 불구속 기소.
    • 조흥은행 : 신한지주회사는 조흥은행 노조가 유인물을 통해 라응찬 회장을 비롯한 신한지주 임직원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법원에 제기. 법원은 유인물 내용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넘어 신청인들과 그 대표이사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신청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처분 내림.
    • 풀무원(2002) : 비조합원인 문00 씨는 사측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자로, ‘조합원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폭력을 유도하고, 녹취된 내용을 가지고 고소를 하는 등 평소 조합원 위협을 일삼음. 이에 노조가 2002년 7월 30일 대자보에 ‘회사제품 무단 반출하는 문이옥을 처벌하라’와 ‘현장폭력 유도하는 문00을 처벌하라’는 내용의 구호를 게시하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1심에서 500,000원 벌금형 확정.
    • 금자탑(2003) : 대표이사 비판 내용을 담은 전단지, 유인물 배포 등과 관련,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고소.
    • 현대자동차(2010): 유인물을 직접 빼앗거나 주차장에서 선전전을 물리력을 동원하여 막는 등, 통상 관행에 따라 일상적으로 수행하여 온 조합 활동인 출근시간 및 휴게시간에 유인물 배포행위, 사업장 내에서의 선전전 및 홍보물 게시 등이 금지.

    이외 △흥국생명 △한국시그네틱스 △동진쎄미캠 △대우자동차판매 등 다수의 사업장에서 집회와
    유인물, 현수막 내용을 이유로 한 명예훼손 관련 사건이 발생하였다.

    2) 1인 시위 및 집회시위에 대한 규제
    • 삼성생명보험(2000) : 호남(13명)지역과 부산지역(8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집회와 유인물, 현수막 등의 내용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건으로 벌금 2천6백만 원 부과.
    • 현대미포조선(2010) : 복직 뒤에도 △현장활동가 중징계 철회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 테러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며 서울 정몽준 의원 사무실과 울산을 오가며 일인시위를 펼치자 2010년 8월 1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로 2개월 출근정지 징계처분.
    • 대우자동차(2008) : 2008년 1월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하자, 회사가 공장 주변 100m 이내에 천막을 설치할 수 없도록 법원에 업무방해 금지 및 명예훼손 금지 청구.
    • 동산의료원(2001) : 1999.2.∼11.까지의 집회와 로비농성에 대해 ‘명예훼손에 따른 정신적 피해’와 업무방해를 이유로 13명에게 3억(법인-1억5천, 의료원장-1억 5천) 손해배상 청구.
    3) 셔츠, 리본 달기 등 집단행동 규제
    • 대한항공(2005) : 조종사노조가 2005년 7월 준법투쟁 돌입과 함께 각 조종사 편지함에 ‘단협쟁취 비행안전’이라고 쓰인 리본 1,300개 배포하자, 회사 쪽이 이를 탈취. 회사는 ‘해당 행위는 절도가 아닌 수거’하며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4) 신문기고 및 언론인터뷰에 대한 고발 및 징계
    • 대한항공(2005) : 인터넷 신문인 ‘민중의 소리’가 이 사건을 보도하고, 노조 대의원 A씨가 민중의 소리 보도 내용과 부당한 회사 인사정책 등의 내용을 회사 내부통신망과 개인 홈페이지에 등록. 문서 무단 게재 등을 이유를 덧붙여 해고.
    • 현대미포조선(2010) : 2010년 7월 1일 울산지방법원은 김석진에게 ‘미포조선 사쪽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일인시위, 언론 기고, 인터뷰 등을 할 경우 행위 당 10만원을 회사에 지급하라’고 판결△개인 홈페이지에 회사 로고 무단 사용 및 위규사실 시정 상사 지시 불이행 △회사 인사정책
    5) 홈페이지 접속 차단
    • 발전노조 : 2002년 2월 25일 발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강남경찰서가 3월 4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발전노조 홈페이지 폐쇄명령을 요청. 발전노조 파업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서울시경 수사조정반은 "파업자체가 불법인데, 홈페이지를 통해 투쟁 지침을 내리며 파업을 장기화해 전기통신사업법 53조 불온통신 단속 조항에 근거해 홈페이지 폐쇄요청을 내린 것"이라고 밝힘. 민주노총은 경찰의 폐쇄명령 요청 직후 ‘경찰의 발전노조 홈페이지 폐쇄 기도에 대한 민주노총 지침’을 발표하고, △민주노총 홈페이지 △일본 노동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JCA-Net △국제진보통신연합(Association for Progressive Communications) 등에 발전노조 홈페이지의 미러링 사이트(복제 사이트)를 구축. 발전노조는 2002년 4월 2일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했으나, 회사는 사무실 및 사택 통신망에서 노조홈페이지를 비롯한 주요 노동사회단체의 홈페이지 접근을 차단. 발전 회사는 ‘발전노조의 파업이 불법이기 때문에 노조홈페이지 차단은 정당하다’고 밝힘. 2002년 4월 24일 발전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연맹 및 진보네트워크가 발전노조 홈페이지 차단과 관련해 각 발전 회사들을 부당노동행위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서울지검에 고발.
    나. 문제점 및 평가

    위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노조소식지 및 유인물 배포, 리본 달기, 집회 등은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이거나 쟁의행위에 부수된 활동으로 보장되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업무방해죄나 명예훼손죄등 형사처벌로 규제되기도 하고, 손해배상이나 징계 등의 규제수단이 동원되기도 한다.

    조합원으로서 의사표현의 자유는 사업주의 경영이나 부당노동행위를 포함한 내용에 대한 의견 표명을 하는 행위로, 쟁의행위에 해당하는 부분과 조합활동으로서 해당하는 행위가 있다. 이러한 노조활동의 자유 내지 표현의 자유는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의 일환으로서 뿐만 아니라 노동권의 실천적 부수행위로서 노동기본권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조합원으로서의 표현행위가 현행 법제 하에서 정당하다고 인정받으려면, 노동조합 활동으로의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판례에 의하면, 조합활동의 정당성을 위한 요건은 주체, 목적, 시기, 수단·방법 측면에서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이를 근거로 형법 20조(정당행위)가 적용된다.

    “활동 내용이 노조법상 근로조건 개선 및 유지,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 도모,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취업시간 외에 해야 하고, 사업장내 조합활동의 경우는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한다.”

    유인물 배포와 관련되어서도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으로 보는 대법원판례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노조활동의 정당성 요건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지나치게 엄격하며, 더구나 사용자 측의 시설관리권을 내세우면 노동조합 및 조합원의 활동의 권리는 근로계약상의 의무에 종속되어 버린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취업규칙상 사내 유인물 배포에 대해 사전 허가가 있어야 하는 경우에도 사내에서 근무시간 외에 노조와 관련된 유인물 배포를 금지할 불가피한 사정이 없다면 노동조합활동과 관련 없는 유인물에 한정해서 해석해야 하므로 취업규칙으로 노조의 유인물배포행위를 막는 것은 헌법상 노동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하급심 판례는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사법당국이 이처럼 헌법적 기본권인 노동권을 근거로 하여 노동조합 활동의 보장을 지지해 준 판례는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대부분의 판례에 있어서는 노동조합 활동이더라도 행위의 태양, 장소, 대상, 회사 업무에의 영
    향을 고려하여 매우 협소하게 정당성을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합원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쟁의행위나 조합활동에서 수반되는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할 수 없도록 하여야 한다. 조합원으로서, 노조활동의 하나로서 행해지는 소식지 배포, 유인물 배포나 셔츠 리본 달기와 같은 집단행동을 업무방해죄 내지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의 침해이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나 비리 등에 대해 신문기고 등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행위, 이를 위해 집회시위를 하는 것 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나 징계로 이어진다면 조합원이 시민으로서 갖고 있는 표현의 자유 및 노동권에 대한 침해를 낳기 때문에 노동조합 및 조합원의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통제로서 손해배상이나 징계권의 남용을 제어할 필요가 매우 크다.

    Ⅳ. 개선방향: 정책과제

    1. 업무방해죄의 폐지

    가.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배제

    “헌법적으로 정당한 단체행동권의 보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그 범위에서 사용자의 영업활동의 자유가 필연적으로 제약되는 결과를 예정하고 있다.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사용자의 수인의무는 헌법적 차원에서 설정된 것이다. 쟁의행위 때문에 사용의 업무가 지장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단체행동권이 기본권으로 보장된다는 점에 내재한 것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쟁의행위 때문에 사용자의 업무가 방해되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기소하여 처벌하는 것은 노동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취지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헌법상의 단체행동권 보장의 취지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쟁의행위를 역사적 정당성과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단체행동권 행사에 업무방해죄는 처음부터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은 곧 ‘사용자에 대한 압박의 권리’이자 ‘사용자의 업무에 대한 방해의 권리’이므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업무방해의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그 자체가 헌법위반이다.

    이때 헌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단체행동권 행사의 범위를 조망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헌법은 노동3권을 ‘노동자’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파업의 주체를 노동조합으로 한정시킨 노조법에 따라 노동조합만이 파업의 주체가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불법파업이라는 법 논리는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 노동조합 형태가 아니라도 집단으로 여러 명의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노동자 개인의 기본권 행사로서 보호되어야 하며, 이에 대하여 파업 주체성의 결여를 이유로 파업의 헌법적 정당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둘째, 파업을 사용자를 상대로 한 근로조건 개선의 목적에만 한정하는 해석 역시 헌법의 노동권보장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 단체행동권은 널리 노동조건 개선,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쟁의행위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노동자들이 정치 파업을 하는 것도 노동자들의 지위 향상에 관련되는 한 그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근로계약 당사자인 사용자만을 상대로, 근로계약 사항에 해당하는 임금이나 근로시간, 복지 같은 것만을 위해 파업을 하라는 의미로 노동3권을 협소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셋째, 단체행동권 행사의 수단, 방법, 절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파업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이나 손괴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러한 일탈행위를 한 개별 행위자에 대해 형사법을 적용할 수는 있어도 그러한 개별적인 일탈행위를 이유로 하여 파업 자체의 정당성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나. 업무방해죄의 폐지

    더욱 근본적인 개선방안으로 업무방해죄 처벌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업무방해죄를 그대로 놓아둔 채로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 처벌이라는 반헌법적·반인권적 규제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첫째, 연혁적으로 업무방해죄는 파업규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정이라는 점에서 반헌법적 태생이라는 점이다. 형법 제314조와 같은 포괄적인 업무방해죄 처벌규정은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에는 없고,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다. 업무방해죄는 노동탄압의 목적을 은폐한 채로 시민의 영업활동을 보호한다는 외관을 띠고 살아숨쉬고 있지만, 여전히 그 본질과 주요 처벌대상은 노동자의 파업이다. 우리나라 형법의 업무방해죄의 모태가 되었던 1864년 프랑스 형법 제414조의 규정은 노동자의 쟁의권이 헌법적 기본권으로 보장되면서부터 프랑스 형법전에서 사라졌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쟁의행위는 범죄가 아니며, 쟁의행위 중에 폭행, 상해, 모욕, 손괴 등의 행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개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만 가능할 뿐이다.

    둘째, 포괄적인 처벌규정인 업무방해죄로 포섭되는 행위유형들은 노동자의 파업 이외에도 다양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은 행위들이 과연 형사처벌이 필요할 정도의 행위들인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업무방해죄 규정은 노동운동탄압법이라는 탄생배경과 색채를 탈색한 채로 지극히 일반적인 규정의 모습을 띠고 있기는 하다. 실제 업무방해죄는 파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방해죄를 곧이곧대로 적용한다면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갈등이나 시비는 업무방해죄의 형사처벌을 피해 갈 수 없는 지경이다. 장난전화로 자장면을 시키는 것조차도 업무방해(배달업무방해)이며, 택시기사와 요금이나 운행경로에 관한 시비가 붙어 싸운다면 운행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행위가 된다. 음식점에서 주인에게 항의를 잘못했다간 업무방해죄의 현행범이 될 수 있다. 업무방해죄의 적용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사소한 갈등에서 연유한 것들이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파고드는 현실은 곧 우리의 일상생활상의 작은 갈등조차 형벌권에 종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외관상으로 보면 시민의 영업활동이나 사회활동을 보호하는 듯하나, 결국에는 부메랑이 되어 시민의 소통과 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참담한 결과에 이를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업무방해죄가 폐지된다면 시민의 영업활동 보장에 치유할 수 없는 흠결이 생기는가? 사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포섭된 행위 중 많은 것은 폭행죄나 협박죄 또는 강요죄로 처벌할 수 있는 행위유형들이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행위유형 중에는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정보통신망법 등으로 적용되는 행위유형들이다. 그와 같은 법 규정들은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중에서 특별히 보호의 필요성이 있고 금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행위유형들을 선별하여 규정한 것이다. 그러한 규정들만으로도 충분히 시민의 일상생활상 갈등을 풀어갈 수 있다. 일반조항 형태의 업무방해죄는 시민사회의 자율적 조정과 갈등해결을 오히려 황폐화하고 있다.

    셋째, 파업 이외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수단으로 업무방해죄가 남용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업무방해죄는 폐지되어야 한다. 일반조항 성격으로 규정되어 있는 탓에 업무방해죄는 그 적용대상이 사실상 무한으로 확대할 수 있으며, 경찰이나 검찰 등 형사사법기관은 업무방해죄를 자의적이고 선별적인 통제의 무기로 활용하게 된다. 특히 정부와 권력의 횡포에 맞선 시민의 비판적인 주장과 표현에 대한 통제의 맥락에서 업무방해죄의 통제수단으로서의 활용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두 가지 현상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집회시위 때문에 인근 상점의 영업이 방해되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경우이다. 업무방해죄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그 위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통제의 맥락에서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적 표현의 자유라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집회시위에 참가하는 시민과 그로 인해 영업을 못하게 되는 시민 간의 분쟁으로 왜곡되어 통제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소비자운동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업무방해죄 적용사례가 시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집회시위의 자유, 그리고 소비자운동의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임에도 기본권행사가 언제나 업무방해죄 처벌의 위협에 시달리게 되고 업무방해죄는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넘어 일반 시민의 기본권 행사 전반을 통제하는 강력한 무기로 거듭나고 있다. 이것이 업무방해죄를 폐지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형법 제314조에 규정된 업무방해죄를 삭제해야 한다.

    2.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금지

    가. 노동조합 및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금지

    원칙적으로 파업이나 기타 정당한 것으로 평가되는 피케팅, 직장점거 등의 쟁의행위에 대하여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해야 한다. 쟁의행위는 노무를 중단하고, 따라서 쟁의행위기간 중 임금을 포기하면서 근로조건 등의 향상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노무공급중단 형태의 쟁의행위에 대하여는 당해 쟁의행위가 폭력이나 파괴행위,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형태로 행하여지는 것이 아닌 한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개인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한다. 구체적인 입법적 개선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쟁의행위는 그 자체가 기본권의 행사인 동시에 헌법적 질서에서 예정하고 있는 행위이므로, 그로 말미암은 모든 재산적 손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부정해야 한다. 노동법은 시민법상의 원리를 수정하여 탄생한 것으로, 계약자유의 원칙으로 대변되는 민법의 원리 대신에 실질적인 대등한 거래당사자로서의 힘의 균형을 이루게 하려고 개인 간 거래의 자유를 수정하여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노동사건에서 민사적 원리가 전면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권의 특수성을 부정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둘째,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에 따라 쟁의행위를 한 경우에는 노동조합 임원을 비롯한 조합원들의 행위는 다수결의 원리에 의하여 형성된 단체의사에 구속되는 것이므로 조합원 개개인에게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

    셋째, 예외적으로 폭력·파괴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그러한 행위를 한 개인에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이다. 이때 폭력이나 파괴행위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하여도 폭력이나 파괴행위와 직접 인과관계를 갖는 통상적인 손해로 그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그 이후의 쟁의행위 전반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그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영업손실 및 제3자와의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하는 손해 전체에 대하여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행위책임의 측면에서도 적합하지 아니하고 결국 과도한 손해책임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쟁의행위권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노동조합에 대한 가압류의 금지

    특히 파업권의 보장과 재산권의 보호라는 양 측면을 비교형량 한다고 하더라도 노동분쟁에 있어서 손해배상채권 성립의 유동성, 피보전 채권에 대한 집행의사의 결여, 근로관계의 계속성에 따른 보전의 필요성의 저하, 기업 활동에 있어서 위험부담의 원칙, 가압류로 인한 쟁의권의 본질적인 침해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가압류도 금지해야 한다.

    다. 신원보증인의 담보책임 금지

    신원보증인의 경우에는 개인의 업무상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담보할 것을 예정한 것이므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기타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담보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따라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신원보증인에게 책임을 지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현행 형법 개정안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없다.
    제3조(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의 제한)
    ①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및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폭력이나 파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사용자는 제1항의 단서의 규정에 따른 손해발생이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행하여진 때에는 해당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수 없다.
    ③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에 영업손실로 인한 손해 및 제3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는 포함되지 아니한다.
    ④ 「신원보증법」의 규정에 따라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
    ⑤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강제집행을 보전할 목적으로 가압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직장 내 표현의 자유의 보장을 위한 개선방안

    가.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죄의 폐지

    ILO와 사회권위원회에서 지속해서 권고했듯이 한국정부와 기업이 파업을 비롯한 일체의 단체행동권 행사와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을 업무방해죄나 명예훼손죄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처벌하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 이미 앞서 제안한 바 있는 - 업무방해죄 및 명예훼손죄의 처벌규정 폐지가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금지는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그대로 타당해야 한다.

    나. 직장 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규 등의 개선

    조합원으로서 노조활동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및 조합원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전면 보장될 수 있도록 이를 제한하는 사규나 취업규칙 그리고 관행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하여 현재 기업에서 사규, 취업규칙으로 개인이나 노조의 표현행위, 유인물 배포나 1인 시위 등을 사전 허가받게 하거나 근무시간 외에 하는 것도 처벌하거나 징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한하고 있는 행위를 개선하는 방안의 가이드내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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